[망고보드] |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이달 들어 서학개미들이 ‘디즈니’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국내 투자자의 외화증권 결제금액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최근 보름 간 디즈니에는 매수세가 집중됐다. 주가가 약세를 나타내면서 저가매수 기회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31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5월 1일부터 전날까지 약 한 달간 국내 투자자들은 ‘월트 디즈니’를 약 1731만2264달러(228억2102만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기간 국내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미국 주식(ETF 제외) 2위로 ‘일라이 릴리(약 1676만달러)’, ‘화이자(1374만달러)’, ‘인텔(1226만달러)’를 앞섰다. 1위는 ‘톱파이낸셜그룹(3108만달러)’로 대표적인 ‘밈주식(온라인 이슈 등의 입소문을 타고 급격한 변동성을 보이는 주식)’으로 꼽힌다.
특히 최근 보름 간 매수세가 집중됐다. 이달 15일부터 30일 동안 디즈니의 순매수 규모는 1805만2142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보름 간 매수세가 한 달치를 넘어선 것이다. 이는 아마존(1203만달러)에 몰린 순매수세보다 602만달러 큰 규모다. 또 지난 12일(현지시간) 톱파이낸셜그룹이 이상거래가 의심된다는 이유로 거래정지되면서 이 기간 디즈니는 미국 주식 순매수 1위로 올라섰다.
저가 매수를 노린 투자자들이 디즈니를 대거 사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디즈니 주가는 올해 100달러 안팎 박스권에 머물다 현재 87달러까지 내려온 상태다. 지난 11일 주가는 8% 넘게 빠지면서 약 20조원에 육박하는 시총이 줄기도 했다. 올해 들어 20% 오르며 상승세를 타는 넷플릭스와도 대비된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현지시간으로 30일 디즈니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53% 내린 87.82달러에 장을 마쳤다.
디즈니의 주가 약세 배경에는 디즈니플러스 요금 인상에 따른 구독자 이탈이 지목된다. 디즈니플러스의 구독자는 지난해 4·4분기에도 약 240만명 줄었으며 2개 분기 연속으로 감소세를 나타냈다. 디즈니플러스의 구독자는 3월 말 기준 1억5780만명을 기록, 전 분기 대비 400만명(약 2%) 감소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1억6317만명)를 하회하는 수치로 북미지역에서만 60만명이 줄었다.
[하나증권] |
다만, 증권가는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디즈니는 동남아시아에서 서비스하는 ‘핫스타’의 마케팅을 대폭 손질했는데, 현 시점에선 초저가 요금제를 쓰는 구독자를 늘리기보다 마케팅비를 아끼는 게 필요한 조치였다는 설명이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가입자 성장에 대한 우려가 있으나 감소폭의 대부분이 가입자 1인당 월 평균 가입자당매출(ARPU)이 낮은 ‘핫스타’에 집중됐고 향후 광고 요금제 확대 적용에 따라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수익성과 가입자 수 모두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도 “작년 12월 단행한 구독료 인상 효과로 미국 내 월 평균 구독 가격은 7.14달러로 20% 상승해 핫스타발 매출 하락을 충분히 상쇄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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