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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라화 바닥 찍고 디폴트 우려까지…튀르키예 경제 ‘격랑 속으로’[에르도안 재집권]
재선 확정 이후 달러 당 20리라 돌파
CDS프리미엄도 186bp 급등 보여
反시장 경제 정책에 국민 경제 붕괴
지난 2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되면서 리라화 가치 하락 등 경제 위기 가능성이 높아졌다. 29일 이스탄불 시내 환전소에서 사람들이 환전을 하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초인플레이션에도 저금리 정책을 고수해 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튀르키예의 경제·금융시장 불안이 더욱 커지고 있다. 리라화 가치는 바닥에 떨어지고 디폴트(국가 채무불이행) 우려가 치솟고 있다.

마켓워치와 인베스팅닷컴 등에 따르면 30일(현지시간) 국제외환시장에서 튀르키예 리라화 환율은 달러당 20.2113리라로 치솟았다. 리라화 가치는 연일 사상 최저 수준을 경신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되자 리라화의 가치가 오히려 추가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이 치솟아도 저금리 정책을 고수하고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등 정통 경제 정책과 반대되는 길을 걸어왔다. 전문가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기존의 경제 정책을 전환하지 않으면 향후 리라화 가치는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리라와 가치(29일 기준)는 2018년 5월 29일 이후 달러화 대비 77% 하락했다.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튀르키예 중앙은행이 지난 1년 반 동안 쓴 달러는 2000억달러(264조3200억원)를 넘는다. 여기에는 수백억달러의 부채가 포함돼 있다.

브렌든 멕케나 웰스파고 이머징마켓 이코노미스트는 “에르도안이 재집권함에 따라 터키 리라화에 대해 상당히 비관적인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고금리가 만악의 근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재선에 앞서 CNN인터내셔널과 가진 인터뷰에서도 “선거 이후 내 말을 확인해 보라”며 “금리와 함께 물가가 내려가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호언장담했다.

모건스탠리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저금리 정책을 계속 고수할 경우 달러화 대비 리라화 환율은 단기간에 달러당 26리라까지 치솟고 연말까지 28리라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무라트 위세르 전 터키중앙은행 고문은 “금, 통화 스와프 등을 제외한 튀르키예의 진짜 외환보유고는 현재 200억~250억에 불과하다”며 “외화 수요에 대한 통제는 지속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리라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튀르키예 국민들은 초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튀르키예 물가는 85% 이상 치솟았고 지난달에도 인플레율이 44%에 달했다.

튀르키예의 외환 보유고가 급감하면서 디폴트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튀르키예의 5년 만기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490bp에서 676bp로 급등했다.

투자자들은 또한 튀르키예 정부가 리라화 가치가 하락할 경우 정부 비용으로 지급을 약속한 특별 저축 계좌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현재 이들 계좌에 예치된 금액은 1210억달러에 달한다. 이 조치로 인해 튀르키예 국민들의 외화 매입 속도는 느려졌지만 2021년 도입 이후 약 47억달러의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리라화 가치가 더 빠르게 하락하면 정부 재정에 막대한 타격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에르도안 대통령은 느긋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근 익명의 중동국가들이 튀르키예 시장 안정을 위해 자금을 지원했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여름철 관광객들이 현금을 사용하면서 단기적으로 국가 재정에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하고 있다.

튀르키예 경제의 향방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임명할 경제팀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이케르 도마크 시티그룹 애널리스트는 “선거 이후 모든 시선은 경제팀의 구성과 초기 정책 대응의 신뢰성에 쏠릴 것”이라고 말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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