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광고비 해외OTT 유출 가속화
올해 개최된 세계적 모바일 전시회 MWC23에서 연설하는 그레그 피터스 넷플릭스 CEO [넷플릭스 제공] |
드라마·영화 중간에 광고가 나오는 광고 요금제를 도입한 넷플릭스가 한국에서만 연간 3000억원에 달하는 광고 매출을 벌어들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국내 광고비가 넷플릭스 등 해외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으로 유출되는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까지 제기된다.
변상규 호서대 교수가 한국언론학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국내 연간 광고 매출 규모가 향후 3~5년간 매년 2687억원에서 최대 3716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변 교수는 넷플릭스의 계정 공유 유료화에 따른 광고 요금제 가입자 규모를 시나리오별로 추정한 결과 이같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많은 업체들이 기존 TV 및 디지털 광고를 넷플릭스 광고비로 전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변 교수는 “온라인 광고 매출이 1억 원 증가할 때, 국내 광고 매출은 68.9% 증가하지만, 지상파 광고 매출은 33.8% 감소한다”며 “OTT 플랫폼의 광고 요금제 도입에 따라 국내 방송광고 시장이 더욱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최근 10년간 4.9% 감소한 지상파 광고 매출이 향후 700억~1200억원 더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도 내놨다.
앞서 넷플릭스는 지난해 11월 수익성 제고를 위해 한국과 미국 등 12개 국가에 기존 요금제보다 저렴한 ‘광고 요금제’를 출시했다. 광고 요금제의 월 구독료는 5500원. 기존 베이직 요금제보다 4000원 저렴하지만 영상을 1시간 볼 때마다 약 4~5분 동안 광고를 봐야 한다. 광고는 콘텐츠 시작 전과 중간에 각각 재생된다.
“돈을 내고 광고까지 볼 수 없다”는 국내 소비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해외 시장에서는 구독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실제로 광고 요금제 출시 6개월 만에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500만명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광고주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 이같이 전하며 “올해 초부터 광고 요금제 가입자 수가 급격히 늘었다”고 말했다.
한편 넷플릭스는 지난해 국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업계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낸 업체였다. 지난해 국내 매출액만 7733억원으로 토종 업체인 티빙·웨이브·왓챠의 최소 3배 이상을 벌었다. 특히 2~3등인 티빙과 웨이브가 1000억원대 적자를 낸 가운데, 홀로 영업이익 143억원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낸 법인세는 매출의 0.4%인 33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미국 본사로 매출의 84%에 달하는 6507억원을 수수료 명목으로 보냈기 때문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넷플릭스 본사가 미국에 낸 법인세는 지난해 7억7200만달러로 전체 매출(316억1555만달러)의 2.4%였다.
박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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