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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판중 또 기소된 마약사범…대법 “공소사실 특정 안돼 파기환송”
필로폰 2회 투약 혐의 기소된 A씨 상고심
1·2심은 유죄…대법, “다시 심리·판단해야”
“앞서 확정된 판결과 겹칠 가능성 배제 못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연합]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대법원이 필로폰 투약 혐의로 기소된 마약사범 재판에서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며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앞서 확정 판결을 받은 사안과 동일한 사건이어서 중복기소(이중기소)에 해당하는지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공소장에 적혀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 다시 심리해야 한다는 취지다.

22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A씨 상고심에서 징역 4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최근 돌려보냈다.

앞서 A씨는 2021년 6월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4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됐다. 그런데 이와 별개로 앞선 사건 재판을 받던 중 지난해 1월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또 기소됐다. 2021년 3월께부터 6월 사이 경북의 주거지에서 일회용 주사기에 향정신성의약품인 메트암페타민(속칭 필로폰)을 약 0.05g 넣고 생수로 희석해 주사하는 방법으로 총 2회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다.

A씨는 재판에서 필로폰을 2회 투약한 사실이 없고 이미 확정된 판결과 동일 범행을 재차 기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은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6월을 선고했다. 2심도 유죄를 인정하면서 형량만 징역 4월로 낮췄다.

반면 대법원은 판단을 달리했다. 재판부는 “범죄의 ‘일시’는 이중기소나 시효에 저촉되는지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기재해야 한다”며 “공소 제기 혹은 유지 편의를 위해 범죄의 일시·장소 등을 지나치게 개괄적으로 표시해 사실상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가져오는 경우 형사소송법상 구체적 범죄사실 기재가 있는 공소장이라 할 수 없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기록에 의하면 ‘2021년 6월 10일 19시경부터 20시경 사이 경북 주거지에서 주사기에 메트암페타민 약 0.05g을 넣고 생수로 희석해 주사하는 방법으로 투약했다’는 범죄사실로 선행 판결이 확정됐다”며 “선행 판결의 범죄사실과 이 사건 공소사실의 범행 장소와 방법이 동일하고 범행 일시가 겹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공소사실의 ‘일시’ 기재만으로는 선행 판결의 범죄사실과 동일한지 판단할 수 없어 심판 대상이나 방어 범위가 특정됐다고 볼 수 없다”며 “원심으로서는 검사에게 공소사실 특정을 요구해야 하고 그럼에도 특정하지 않으면 공소 기각을 했어야 하는데 유죄의 실체 판단을 해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검찰 조사 때 작성된 피의자 신문조서에 공소사실과 같은 방법으로 필로폰을 2회 투약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기재돼 있지만, A씨가 1심에서 공소사실을 부인했기 때문에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개정 형사소송법은 재판에서 피의자가 내용을 인정할 때 한정해 피의자 신문조서를 증거로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그 내용을 인정할 때’라 함은 피의자 신문조서의 기재 내용이 진술 내용대로 기재돼 있다는 의미가 아니고 그와 같이 진술한 내용이 실제 사실과 부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경우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 중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 부분은 그 내용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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