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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현정의 현장에서] ‘땡땡이’로 날아간 수업은 끝내 ‘날아가는’ 건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눈을 피해 게으름을 피우는 짓. ‘땡땡이’의 사전적인 의미다.

며칠 전 초등학생인 막내가 학교 수업을 ‘땡땡이 치게’ 됐다. 본래 의도는 아침 일찍 병원에서 진료를 보고 학교에 가려 했는데 진료 시작 전부터 병원 가득 들어찬 사람들을 보며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오랜 대기 끝에 진료를 보고 약을 처방받고 나오니 이미 오전 수업이 끝날 시간이었다. 굳이 학교 가서 급식만 먹고 오느니, 하루 쉬는 게 낫겠다 싶어 ‘땡땡이’를 선택했다.

최근 소아청소년과 병원은 전쟁터 내지는 시장통을 방불케 할 정도로 환자들로 미어터진다. 시작은 독감이었다. 보통 겨울에 기승을 부리다 봄에 접어들며 잠잠해져야 할 독감이 올해는 봄 새학기가 시작되면서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 뒤이어 아데노바이러스 등으로 인한 호흡기질환, 유행성 눈병, 수두, 유행성 이하선염(볼거리) 등이 줄줄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지난달 말 하루 동안 보건실을 찾은 학생이 90명을 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학교마다 “인후통, 콧물 등 의심 증상이 있다면 병원 진료 후 등교해 달라” “증상이 심하다면 가정요양을 하게 해 달라”는 안내를 연일 보내고 있다. 여러 학생이 집단생활을 하는 학교는 그만큼 감염병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를 겪으며 학교에서는 ‘아프면 쉬는’ 대응이 자리를 잡았다. 코로나19가 아닌 질병이라도 진료확인서 등을 첨부하면 출석 인정 결석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출석 인정 결석 ‘이후’는 없다. ‘자잘한’ 일이라 해도 분명 병원에서 씨름하는 동안 학교에서 해당 학생이 받았어야 할 여러 수업을 놓쳤는데 이는 오롯이 개인이 감내해야 할 몫이 된다. 오미크론 확진자들이 꼼짝없이 7일간 격리됐던 지난해에도 학생들은 복귀 후 5일여의 학습 결손을 홀로 감당해야 했다. 지난 8일 기준으로 0세부터 19세까지의 코로나19 확진자는 701만7895명에 달한다. 10세부터 19세 사이의 확진자는 388만3366명이었다. 그 많은 학생이 격리기간 놓친 수업권은 그저 날아간 셈이 돼버렸다. 학교는 교내 감염병 확산 방지에는 전력을 다하지만 학생들의 수업권 보장까지 신경 쓰지 못하고 있다.

최근의 감염병 유행은 쉽사리 수그러들 기세가 아니다. 새학기 개학 이후인 올해 10주차부터 17주차(3~4월)까지 8주간의 바이러스성 급성호흡기 감염증 입원환자는 총 1만644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3배에 달한다. 집단생활 공간에서 돌고 도는 바이러스 특성상 한동안 학교에서 하루 사이에 90명이 보건실을 찾고, 출석 인정 결석이 속출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부터라도 감염병으로 인한 작은 학습 결손이라도 보충해줄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학습 결손이 쌓인 후 ‘기초학력 신장 키다리샘’ 등 특단의 대책을 세울 수도 있지만 ‘가래’를 동원하지 않고 ‘호미’로 막아보는 게 먼저다.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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