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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U도 가세했다” 글로벌 반도체 총력전…‘투자 셈법’ 복잡해진 삼성·SK [비즈360]
EU 칩스법 속도…셈법 복잡해진 삼성전자·SK하이닉스
인텔·TSMC 유럽 현지 투자 놓고 줄다리기 이어져
미국도 자국 중심 일변도…“한국도 정부 지원 절실”

티에리 브르통 EU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 [AP]

[헤럴드경제=김지헌·김민지 기자] 유럽연합(EU)이 반도체 지원 법안에 전격 합의하면서 한국을 비롯해 미국·대만·일본·중국 등 국가간 반도체 산업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글로벌 총력전’ 양상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

당장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선두에서 공급망 다변화 대응 필요성이 커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투자 셈법’이 한층 복잡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18일(현지시간) EU는 총 430억유로(약 62조원) 규모 보조금 및 투자를 통해 역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는 신규 법 시행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합의는 향후 유럽의회, 이사회 각각의 표결을 거쳐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 합의와 관련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측에서는 “당장 특별히 낼 입장은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업계에선 두 기업의 반도체 투자 관련 변수가 한층 늘어나 셈법이 더 꼬일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언뜻 유럽에 대한 투자 여건이 조성된 것으로 보이지만, 해당 지역 투자에 대한 전략적 판단을 뚜렷하게 내놓기 더 어려워졌단 분석이다. 실제로 앞서 이미 유럽에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한 글로벌 기업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현지 투자와 관련 가장 큰 우려 사항은 반도체 공장 건설시 비용 문제다. 인텔의 경우 독일 작센안할트주 주도인 마그데부르크에 170억유로 규모의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고, 독일 정부로부터 68억유로(약 9조8000억원)의 보조금을 받기로 했다.

아울러 원자재·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건설 비용이 예상보다 크게 늘어난 300억유로(약 43조2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며, 최소 100억유로(약 14조400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해줘야 한다고 독일 정부 측에 최근 요구했다.

그런데 계획 발표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과 공급망 악화 등으로 원자재·에너지 가격이 급등해 투자 비용이 크게 늘어났다. 독일은 인텔이 투자 규모를 기존보다 늘릴 것을 약속해야 더 많은 보조금 지원을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과 유럽 국가간 비용 ‘줄다리기’는 현재 진행형인 셈이다.

삼성의 경쟁사인 TSMC가 유럽 지역 투자를 진행하며 생산능력을 확장한다는 점은 압박 요인이다.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칩 위탁생산) 1위인 TSMC는 지난해 하반기 현지 조사를 거쳐 독일 드레스덴에 반도체 공장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해당 작업을 진행 중이다. 자동차용 22㎚(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와 28나노 반도체 공정에 집중하며 시장 저변 확대를 진행 중이다.

반도체 생산기지 확대 관점에서 유럽이 미국보다 어떤 비교 우위가 있는지 찾기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최근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 지원 요건이 제시됐지만, 구체화 수준에 대해선 여전히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린다.

최근 미국 상무부 산하 반도체법 프로그램사무국은 지원금을 신청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 가운데 지난 14일(현지시간)까지 모두 200개 넘는 업체에서 투자 의향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논란이 됐던 초과이익공유 제안과 관련 “기업이 받아 갈 이익을 규제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미국 내 반도체 공장을 지으려면 초과이익을 나누라는 기존의 ‘강경 모드’에서 한발짝 물러난 모습을 보이며 관련 정책 변동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평가다.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협력체 ‘칩4’를 중심으로 각국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가운데 미국에 대한 투자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럽 지역에 대한 전략적 접근을 구상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EU의 관련 보조금 지원 요건이 추후 까다로워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문제다. 최근 미국에 의해 중국 공장에서의 첨단 반도체 제조 확장 제한에 직면한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추후 이같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어떤 지역을 중심으로 생산라인을 확장할지도 미지수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클린룸의 모습. [삼성전자 제공]

국가간 반도체 지원 총력전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활로를 열어주기 위한 추가 지원 방안 모색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미 알려진 대로 미국은 반도체법을 통해 생산 보조금(390억달러)과 연구개발 지원금(132억달러) 등에 5년간 총 527억달러(약 69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일본은 대기업들이 출자해 만든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에 거액의 보조금을 지원하며 2나노 양산 계획을 구체화 중이다. 중국은 자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YMTC에 19억달러(약 2조5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만 역시 반도체 등 R&D 관련 세제 혜택을 진행 중이다.

강성철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중국, 대만에 EU까지 국가간 지원이 총력전 양상”이라며 “오히려 국내 칩 기업들 입장에선 공장 투자에 따른 고객사 확대, 제조 원가 문제등이 더 복합적으로 불확실해진 상황”이라며 평가했다.

이어 “최근 한국도 조세 혜택 등 K-칩스법을 통과시켰는데, 국가 경쟁이 더 치열한 상황에서는 반도체 투자에 대한 추가 지원이 또 필요해 보인다”며 “파운드리와 메모리 투자가 속도감 있게 진행 돼 글로벌 기업들에 밀리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raw@heraldcorp.com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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