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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홍석의 시선고정]인천경제청장의 자신감, 어디서 나오나?
김진용 청장, 인천시의회의 제지에도 송도 ‘영어 통용도시 조성’ 추진 강행
송도 6·8공구 개발사업 계획대로 추진하라는 시의회의 주문에도 ‘부동자세 ’
김 청장의 ‘배짱일까, 고집일까’…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시의회는 쫄아든 모양새
김진용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중앙〉이 지난 6일 송도국제도시를 ‘영어 통용도시(Bilingual City)’로 조성하는 협약을 체결했다.〈인천경제청 제공〉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지난 6일 송도국제도시를 ‘영어 통용도시(Bilingual City)’로 조성하기로 했다. 인천글로벌캠퍼스(IGC) 입주 외국대학 등 7개 기관과 ‘송도국제도시 영어 통용도시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 및 간담회’ 개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영어 통용도시 조성 사업에 나선 것이다.

김진용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은 “세계 초일류도시 도약을 이끄는 인천경제자유구역(IFEZ)이 되기 위해서는 외국인 정주여건 개선을 위한 중·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김 청장은 이번 협약을 통해 외국인들의 생활 여건을 개선하고 외국인 투자와 기업 유치를 촉진시켜 IFEZ가 글로벌 도시로 도약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김 청장은 올해 영어통용도시 사업 예산으로 5억3000만원을 배정했다. 앞으로 비전 선포식, 축제, 외국인 친화 사업 등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앞서 인천광역시의회는 이 사업을 반대했다. 이 사업의 기본 개념이 정립되지 않았고 시민 공감대도 형성되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이에 따라 시의회는 지난달 인천경제청이 추진하는 영어통용도시 추진위원회 구성 조례안을 부결 처리했다.

과거 서울시와 경기도가 유사 사업을 추진하다가 실패한 사례를 언급하면서 영어 통용도시라는 개념 정립이 어렵고 시민들에게는 관심 없는 용역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김 청장은 위원회 구성없이 자체적으로 이 사업을 강행했다. 김 청장은 자신의 의지를 꺾지 않았다.

김 청장을 바라보는 인천시의회의 시선은 어떨까. 조례안 부결 처리에도 아랑곳 없이 밀고 나가는 김 청장의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하다.

김 청장의 당당함에 시의회의 모양새는 쫄아들었다. 시의회의 조례안 부결 결정을 무시한 김 청장의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김 청장과 시의회의 마찰은 이뿐만이 아니다.

김 청장은 투자 유치를 위해 지난 2월 일본과 미국을 다녀왔다. 당시 김 청장은 인천시의회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도시개발특위)에 참석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불참하고 해외출장을 강행해 시의회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결국, 김 청장의 일본·미국 출장 때문에 시의회는 다시 일정을 조정해 도시개발특위를 열어야만 했다. 시의회가 김 청장에게 끌려간 셈이다.

또 김 청장은 송도6·8공구 개발사업과 관련해 시의회가 계획대로 추진하라는데 대해서도 부동자세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6·8공구 개발사업은 인천경제청과 우선협상대상자간에 실무협상이 끝난지 1년이 다 되가는데도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민선 7기 전임 시장 시절인 지난해 5월 이미 실무협상이 마무리됐고 인천시 투자유치심의위원회에서 조건부 통과로 모든 절차가 끝나 상호 간 계약서 협약만 남아 있는 상황이었는데 민선 8기 유정복 시정부로 바뀌면서 지금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다.

김 청장은 지난해 6·1 지방선거 때 부터 송도 6·8공구 개발사업에 대해 번번히 제동을 걸었다. 송도6·8공구 랜드마크에 국내 최고의 151층 빌딩 건립을 주장했고 세대수 또한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9월 인천경제청장으로 재임되면서 김 청장의 의지는 더 확고해졌다. 이미 실무협상을 통해 마무리된 개발 계획을 민선 8기 시정부의 방향과 맞게 개발의 틀을 다시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지난달 시의회 도시계획 및 도시개발사업 관련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가 송도 6·8공구 개발사업에 대한 행정사무조사에서 계획대로 추진하라는 주문에 대해 김 청장은 우선협상대상자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

앞서 송도 6·8공구 개발사업은 지난 2017년 인천경제청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취소’라는 일방적 통보로 물거품이 되면서 소송까지 이어진 6년째 방치되고 있는 인천의 랜드마크를 상징하는 대표적 프로젝트이다. 2016년 국제공모를 통해 추진한 이 개발사업을 일방적으로 제동을 건 당사자들은 바로 민선 6기 시정부 유정복 인천시장 시절 김 청장 때이다.

당초 사업이 시작됐던 2006년부터 따져보면, 무려 17년이 넘는 세월 동안 무려 40여만 평의 부지가 황무지로 흉물스럽게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민선 7기 박남춘 시정부 때 우선협상대상자의 소송 승소로 법원이 중재에 나서 상호 간의 실무협상을 통해 지지부진했던 이 사업을 다시 살려놓았지만, 앞서 제동을 걸었던 당사자들인 유정복 시정부, 김 청장이 또 다시 이 사업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 민선 6기 때와 같은 상황이다.

지난 3월 열린 인천시의회 본회의에서는 특정인이나 특정단체의 고집이 아닌, 시 전체의 의견이 반영된 랜드마크화가 필요하고 지금 당장 이 사업을 추진한다고 해도 실시계획에서 준공까지의 기간은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조속한 추진에 시가 온 힘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의회 도시개발특위에서도 지난 5개월동안 조사를 통해 특혜나 위반 사항 등 부정적 요소가 없는데도 이 사업을 추진하지 않고 있는 김 청장은 개발 의지가 있는 것인지 질타했다.

이같은 상황인데도 김 청장은 여전히 부동자세이다. 시의회와의 대립속에서도 자신의 의지는 확고한 입장인 것 같다. 그의 자신감과 배짱인 것일까, 아니면 고집일까.

항간에서는 김 청장이 차기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정부 부처 모 장관과의 친분 관계를 통해 국회의원에 다시 도전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연말이 되기 이전 1년만에 현 청장직을 내려 놓고 총선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김 청장 입장에서는 그때까지 송도 6·8공구 개발사업을 그대로 방치한 채로 놓고 떠날 수 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런 상황속에서 과연 유정복 인천시장이 바로보는 김 청장과 송도 6·8공구 개발사업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자신감 넘치는 김 청장의 배짱과 고집만을 지켜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변수로 이 사업을 추진할 것인지, 상당히 궁금한 대목이다.

유 시장은 시의회에서 송도 6·8공구 개발사업에 대해 원활한 협상 진행을 통해 잘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헤럴드경제 기자 / 인천·경기서부취재본부장]

gilber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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