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2023중국발전고위급 포럼 비공개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중국발전고위급포럼(발전포럼) 참석차 25일 3년 만에 중국을 찾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말을 아끼며 잠행을 이어갔다.
이 회장은 이날 오후 중국발전고위급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 도착한 뒤 기다리고 있던 한국 특파원들의 질문에 “북경(베이징)에 날씨가 너무 좋지요?”란 한마디만 하고는 자리를 떠났다.
이날 오전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발전포럼의 한 세션에서 연설자로 나서 중국의 혁신이 더 빨라질 것이라고 밝히고, 중국 농촌 교육에 기여를 늘릴 계획을 발표하는 등 공개적이고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것과는 대조된다.
이 회장은 지난 23일 베이징 도착 후 동선을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베이징의 관측통들은 잠행에 가까운 이 회장의 방중 행보가 결국 미·중 기술패권 경쟁 심화 속에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보유한 삼성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현재의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 같이 중국 내 반도체 공장을 보유한 기업 입장에서는 미국과 중국을 놓고 사실상 선택의 기로에 선 상황이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 21일(현지시간) 한국 등 각국 기업들의 중국 내 반도체 공장 생산능력 확장에 제동을 거는 이른바 반도체법 가드레일 규정을 발표했다. 규정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을 받은 기업은 이후 10년간 중국 등에서 반도체 생산 능력을 양적으로 확대하는 10만달러(약 1억3000만원) 이상의 거래를 할 경우 보조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
중국은 이에 대해 “철두철미한 과학기술 봉쇄와 보호주의 행위”라며 비판했다.
베이징의 재계 소식통은 “삼성전자로서는 중국 내 사업과 관련한 입장이 정해지기 전에는 어떤 말도 하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서 각각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과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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