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윤호 기자] 비트코인이 역사적으로 글로벌 영향을 미치는 금융 위기 때마다 대체자산 역할을 톡톡히 하며 급등세를 재연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021~2022년 증시와 동조화(커플링)를 이뤘던 비트코인이, 그전처럼 다시 탈동조화를 선언하며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라는 기존 금융권 위기를 발판으로 반등을 지속할 지 주목된다.
16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크레디트스위스(CS)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는 소식에도 2만4500달러를 유지하며 비교적 평온한 상태다. 전날 유럽증시가 3% 이상 내릴 때 오히려 2만5000달러를 넘어서며 상승하기도 했다. SVB 폐쇄 결정이 내려진 지난 10일에는 2만 달러선이었던 것과 비교해 5일 만에 20% 넘게 뛴 것이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는 최근 자신의 SNS 등을 통해 “미국에서 주요 은행 두 곳이 이미 무너졌고 곧 세 번째 은행이 뒤를 따를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금, 은, 비트코인 집중 매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은행 파산 등 전통 화폐 시장이 큰 혼란을 겪으면서 가상자산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비트코인 상승은 디지털 자산 부문이 최근 SVB 파산 등 미국 금융시스템의 혼란을 헤쳐 나갈 것이라는 낙관론이 커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역사적으로도 이같은 사례는 반복됐다. 첫 사례는 지난 2013년이다. 비트코인이 키프로스 사태를 겪으면서 연초 10달러대였던 가격이 연말께 1100달러대로 치솟았다. 키프로스는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기존 화폐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고,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으로 몰려들며 가격이 폭등했다. 당시 키프로스에는 비트코인 자동 입출금기까지 등장했다.
2016년에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사태를 겪으면서 기존 금융권이 혼란에 휩싸였지만 비트코인은 연초 400달러대에서 연말 900달러대로 두 배 넘게 뛰었다. 유로존 경제에 대한 불안감으로 폭등하기 시작한 비트코인은 영국 국민투표가 유로존 탈퇴로 결정된 직후 소폭 하락하기도 했지만, 결국 그해 말 전 고점 수준까지 치솟았다.
2017년 8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위협하면서 발언한 ‘화염과 분노’는 한국을 중심으로 한 비트코인 폭등세의 시발점이 됐다. 연초 900달러선에서 시작한 비트코인은 연말 1만9000달러를 넘어서는 등 철옹성을 쌓았다. 중국매수세와 미국 등 제도권의 관심도 큰 영향을 미쳤지만, 한반도 위기 고조로 한국과 일본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에 몰린 것이 결정적 요인으로 지목됐다.
올해 들어 가상자산 시장이 외부의 강력한 변수에 무조건 동조화하지 않고, 운신의 폭을 넓히고 있다는 평도 나온다. 다만 마운트곡스와 FTX 등 대규모 거래소 사고가 비트코인을 대체재로 택한 이들을 실망시키며 스스로 찬물을 끼얹고 이들을 제도권으로 되돌려보냈던 점은 가상자산 시장의 고질병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