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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덜란드 기업이 ‘중국 수출’ 막히는데…왜 K-반도체가 피해 볼까요? [비즈360]

피터 베닝크(왼쪽) ASML 최고경영자(CEO)의 모습과 첨단 칩 제작을 위해 사용되는 ASML의 노광장비 내부 모습. [ASML 제공]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ASML, KLA, 램리서치 등 장비가 얼마나 대단하길래?”

네덜란드 등 글로벌 반도체 장비 기업들의 중국 수출 통제가 강화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해당 장비 기업들의 ‘한국 러시’가 지속되며 국내 반도체 생태계가 확장되는 마당에, 중국으로의 수출 통제가 글로벌 기업들의 수익성을 악화시켜 ‘K-반도체’ 확장 기류를 저지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국 정부는 대(對)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를 지금보다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이 같은 계획을 미국 내 기업에 알렸고, 이르면 4월 새로운 수출 통제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새 규정이 도입되면 중국에 수출하기 위해 미국의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하는 장비의 수가 지금보다 2배인 34개로 늘 수 있다고 전해진다. 미국 정부는 이미 지난해 10월 자국에서 생산된,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장비의 중국 수출을 사실상 금지하는 규정을 발표한 바 있다.

반도체 장비는 네덜란드, 미국 등의 기업이 사실상 세계 시장을 잡고 있다. 네덜란드에는 세계 최대 노광장비 기업인 ASML이 있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KLA, 램리서치 등 3곳의 주요 반도체 장비 생산기업이 미국 기업이다.

이들 기업의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이로 인해 최근 해당 기업들의 실적 급락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 대표 반도체 장비 공급업체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램리서치, KLA 등 3개사의 전체 매출 가운데 중국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내외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적 반도체 노광장비 기업인 네덜란드의 ASML은 지난해 중국 기업 관련 순매출이 전체의 약 14%를 차지한다. 특히 중국 고객사들은 ASML 장비를 구입하면서 지속적인 유지보수 서비스 계약도 함께 맺었다. 이 같은 유지보수 부문이 ASML의 지난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이른다.

램리서치 연구원들 모습[램리서치 홈페이지 캡처]

미국 제재로 기업들의 투자와 실적이 저조해 반도체 장비 수출이 점차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는 지난해 4분기 150억달러(약 19조 4000억원)였던 중국의 반도체 설비투자가 올해는 분기당 100억 달러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고 투자도 구식 공정 장비나 기술에 국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은 지난해 10월 이후 미국의 수출통제가 미국 기업들에도 수십억달러 규모의 매출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문제는 이같은 중국 매출 타격이 이들 기업의 국내 투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는 최근 경기도에 메모리 장비 연구개발(R&D)센터를 짓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미국 램리서치는 지난해 4월 경기도 용인에 R&D센터를 열었는데, 2021년에는 화성에 제3공장을 설립했다. 미국 KLA도 한국 내 R&D와 사무조직 규모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덜란드의 ASML은 2400억원을 투자해 경기도 화성에 신사옥과 부품 재제조시설 등을 짓고 있다. 내년 12월 신사옥을 완공해 입주하는 게 목표다.

전 세계 반도체 장비 기업들이 한국에 몰려들면서, 이들의 주요 고객사이자 메모리 반도체 ‘빅2’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국내 반도체 생태계의 확장이 기대됐다. 그러나 최근 해당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국내 반도체 생태계 형성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글로벌 반도체 장비 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 통제가 장기적으로 지속돼 장비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되면, 한국에 대한 진출이 더디게 진행될 우려가 분명히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에 대한 투자 악화로 이어지면, 중국 뿐 아니라 한국 기업과의 시너지 효과 역시 예상보다 약화될 수 있다. 이들 기업 반도체 장비가 없으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의 첨단 반도체 생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의 생산 라인[헤럴드경제 DB]

램리서치가 지난해 4월 경기 용인 지곡산업단지에 연 '램리서치 코리아테크놀로지 센터' 모습. [램리서치 제공]

네덜란드의 ASML은 빛을 이용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필요로 하는 첨단 반도체 회로를 그리는 노광장비를 주로 만든다. 반도체 회로는 웨이퍼 위에 빛에 반응하는 감광액을 바르고 그 위에 회로 설계도에 맞도록 빛을 쏘면 만들어진다. 이때 사용하는 장비가 노광장비다. 여러 종류의 노광장비 중에서도 최근 한대에 3000억원을 호가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가 주목 받고 있다. 기존보다 짧은 파장의 빛을 만들어, 최첨단 미세 칩을 구현하는데 이 제품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는 첨단 반도체 증착 공정 장비로 유명한 기업이다. 증착은 반도체 칩 표면의 특정 부분에 아주 얇은 두께의 다양한 기능성 막(박막)을 입히는 과정으로, 박막의 성분에 따라 회로를 분리하기도 하고 연결하기도 한다.

램리서치는 첨단 칩 제작에 필요한 식각 장비를 생산한다. 램리서치는 반도체 공정 중 미세한 회로 모양을 정밀하게 깎아내는 공정(식각)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한 회사로 평가된다.

KLA 역시 반도체 계측·검사 부문에서 독보적인 글로벌 기업이다. 반도체 회로를 그리는 과정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통해 이뤄진다.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바탕으로 설계 패턴이 새겨진 마스크의 원판에 빛을 쪼이면, 마스크를 통과한 빛이 반도체 웨이퍼 위에 닿아 화학반응을 통해 빛이 닿은 곳과 닿지 않은 곳을 나눠 회로 패턴을 그리는 것이다. 이때 이 웨이퍼에 회로를 그리는 마스크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KLA의 고해상도 광학 웨이퍼 검사 장비는 관련 마스크에서 반복되는 아주 작은 결함까지 찾아낸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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