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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워서 손님 다 나간다” 소상공인 에너지 취약계층 지정 요구
영업용 도시가스요금 39.8% 상승
“매출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에너지 바우쳐 지급·요금 할인 지원해야”
지난달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가스·난방비 등 연료 물가가 1년 새 30% 넘게 상승해 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건물에 전기 계량기가 나란히 설치돼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1.서울 관악구에서 음식점을 운영 중인 유덕현씨는 지난 1월 평소 30만~35만원이었던 가스 요금이 2배가 넘는 75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유 씨는 “손님은 덥거나 추우면 바로 나가고, 그 후로 다시는 찾지 않는다”며 “1명이 중요한 소상공인은 매장에 사람이 있든 없든 울며 겨자 먹기로 난방을 틀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씨는 “에너지 요금이 더 오르면 손님이 줄어들 걸 각오하고 가격을 올리거나 종업원을 줄이는 방법까지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2.경기도 용인에서 PC방을 운영 중인 김기홍씨는 지난 12월 229만원이었던 전기세가 289만원으로 26% 상승했다. 몇 년 전이라면 PC에서 나오는 열과 고객들의 온도로 전기 난로를 틀지 않아도 됐지만, 코로나19 이후 손님이 급격하게 줄어 온열기로 인한 에너지 부담까지 커졌다. A씨는 “PC방은 컴퓨터 열을 식혀야 해서 여름철 난방비 부담이 크다”며 “여름 난방비 대란이 예고된 상황에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에너지 요금을 둘러싼 국민 불만이 식을 줄 모른다. 정부가 저소득층 지원 대책을 마련하자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들고 일어났다. 업종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에너지 비용 부담이 막중한데다, 각종 지원책에서도 소외돼있어 부담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21일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는 ‘소상공인 난방비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에너지 요금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소상공인의 사례를 공유했다.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1년 전에 비해 도시가스 요금은 영업용1(외식업, 이·미용업, 숙박업 등)은 37.1%, 영업용2(목욕탕 등) 39.8% 상승했다. 주택용 난방요금 인상율(38.43%)와 비슷한 수준이다. 전기요금은 kWh 당 32.4원으로 전년 대비 30%가량 상승했다.

오세희 소공연 회장은 “몇 년째 이어진 최저임금 인상, 코로나19에 ‘난방비 폭탄’까지 소상공인은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소비심리 위축으로 송년 특수는 누리지도 못한 소상공인에게 12월 한파보다 무서운 난방비 폭탄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난방비 상승분은 서비스 가격에 반영돼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가격 상승에 따른 매출 감소는 경제 악순환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달 실시한 긴급 난방비 실태조사 결과 난방비가 30% 이상 상승했다고 답한 응답한 소상공인이 51.6%에 달했다.

문제는 정부가 수차례 내놓은 난방비 급등 대책에 소상공인 대책은 없다는 점이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는 도시가스 요금 할인, 에너지 바우처 지원액 인상, 지역난방·등유·LPG 비용 59만 2000원 할인 등 대책이 마련됐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매출이 1000만원이 나와도 각종 비용을 제하고 손에 쥐는건 100만원 뿐인 소상공인이 많다”며 “에너지 요금을 줄이기도 힘든데 각종 지원 대책에서도 소외돼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지난 20일 소상공인·취약계층을 위한 ‘난방비 감면법’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처리가 보류됐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 에너지 취약계층 포함 및 에너지 지원 법제화 ▷소상공인 대상 에너지 효율 개선 사업 ▷에너지비용 급등 대비 소상공인 전용 보험 상품 마련 등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우선 오 회장은 “지난주 정부가 소상공인 대상 요금 납부 유예, 분할 납부를 대책으로 제시했지만 임기응변에 불과하다”며 “에너지 취약계층에 소상공인을 포함해 에너지 바우처 지급, 요금할인을 지원하는 등 안정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프랑스는 10조 8000억원 전기세를 감면하고, 스페인은 전기요금 부가가치세를 10%로 인하하는 등 어려운 경제 상황을 반영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에너지 공급 상황에 따라 전기세, 가스비가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자 장기적인 대책 마련도 주문했다. 소상공인 대상 에너지 전용 보험상품 마련이 대표적이다. 소상공인 연합회 관계자는 “에너지 수입 단가가 글로벌 상황에 따라 널뛰기를 반복한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에너지 비용 급등은 소상공인에게 재난이다. 사회적 보험 제도를 마련해 가입을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효율 개선 사업도 요구했다. 현재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단열 시공, 고효율 제품 교체 등 지원 사업을 소상공인으로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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