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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어쩌다 ‘ESG’…그린워싱과 프레이밍

이제는 ‘그린워싱’이란 단어가 우리에게 꽤 익숙하다. 기후위기에 따른 환경 문제가 세계적 이슈로 등장한 이후 기업들의 ESG(환경·사회·거버넌스) 경영 중 환경과 관련된 활동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에 따라 ‘가짜 친환경적 기업’의 활동 우려도 늘어나고 있다.

사실 그린워싱의 개념은 그리 어렵지 않지만 실제 무엇이 그린워싱인지는 논란이 크다. 통상 그린 워싱은 미국의 FTC(공정거래위원회), SEC(증권감독위원회), 영국의 CMA(경쟁시장국)와 같은 기존 감독당국이 나서서 규제하고 있다. 즉, 일반소비자와 금융소비자를 보호하자는 것이 그린워싱 규제의 본질이다. 우리나라도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과 시행령에서 ‘부당한 표시·광고 행위의 금지’라는 조항을 통해 그린워싱을 규제하고 있다. 최근 겉만 종이용기를 사용하고 속에는 플라스틱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마치 친환경적인 듯 ‘페이퍼 포장’이라고 하는 기만적인 표시는 전형적인 그린워싱 행위이며, 친환경 에코백도 백을 만드는 과정에서의 온실가스 및 오염물질 배출을 고려하지 않고 단지 재활용이 된다는 것만으로 친환경적이라 주장하는 것만 으로는 그린워싱의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ESG 경영이 본격화되면서 실제 그린워싱에 대한 판단이 쉽지 않은 경우들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어느 기업이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탄소감축 크레디트를 매입해 자신의 제품을 소비할 때 탄소중립이라고 하는 것이 그린워싱으로 공정위에 고발된 사례가 있다. 일견 자신이 감축하지도 않은 탄소를 외부에서 사서 마치 자신들이 감축한 것처럼 제품을 파는 것을 진정성이 없는 것이라고 여길 수 있다. 그렇지만 해당 기업의 돈은 지구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탄소를 실제 감축하는 데 사용되며, 이러한 프로젝트에 해당 자금이 투입되지 않으면 탄소 감축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을 이미 입증한 것이 바로 탄소감축 크레디트다.

이러한 논란은 지난 20여년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규제주의와 시장주의 간 입장 차이로 나타난다.

탄소배출을 막는 방법으로 법적 규제가 중요하며, 매우 강한 수준의 배출규제 페널티와 탄소세가 필요하다는 것이 규제 중심주의자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미 우리는 그동안 배출권 규제제도로 탄소감축이 확실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한 바 있다. 기존 규제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등장한 것이 바로 시장에 기반을 둔 탄소감축과 보상을 주장하는 ‘자발적 탄소시장’이다. 얼마 전 아부다비에서 UAE의 국부펀드인 무바달라와 SK 간 아시아 자발적 탄소시장 설립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양국의 정상이 참석한 가운데 체결한 바가 있다.

앞으로 많은 아시아 기업이 탄소를 감축할 방법과 기술을 개발하고, 해당 기술과 프로젝트에 따라 발생하는 탄소감축 성과를 크레디트라는 자산으로 제3자에 팔 기회가 생겨 경제적 보상을 얻을 수 있다는 동기유발에 의해 탄소감축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취지다.

문제는 이 시장에서 생성된 크레디트를 누가 살 것인가인데 이를 의식 있는 친환경 소비자나 기업들의 특정 수요에만 의존해서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즉, 탄소저감에 있어서도 규모의 경제와 전문화 및 분업화가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시장주의적인 논리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을 것이다. 기업이 구입한 크레디드의 탄소감축량과 해당 제품의 소비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량이 정확히 매칭됐는지, 해당 크레디트는 얼마나 신뢰가 가능한 것인지 등 소비자들이 따져봐야 할 것이 늘어날 것이고 또 이를 감시하는 규제기관의 역할도 고도화가 필요할 것이다.

겉만 친환경으로 프레이밍(Framing)한 그린워싱도 문제지만 만약 자발적 시장에서 구매한 탄소 크레디트를 활용하는 기업의 활동을 무조건 그린워싱이라고 프레이밍한다면 시장 자율을 통한 탄소감축의 동기를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오준환 SK사회적가치연구원 SV측정센터장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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