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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자연의 현장에서] “집 있어서 애 낳기 무섭다”

‘집이 있어야 아이를 낳는다.’ 최근 몇 년간 부동산시장을 지켜본 이들이라면 충분히 수긍할 만한 말이다. 특히 수도권은 더 그랬다. 그만큼 집값은 빠르게 상승했고 출산율은 가파르게 하락했다.

가임기 여성 한 명이 평생 출산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는 6년 연속 곤두박질쳤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2021년 기준 0.81로, 4년 연속 1명 미만을 기록 중이다. 그사이 집값은 부침은 있었으나 상승세를 이어갔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1년까지 연도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이 0 밑으로 내려간 해는 단 두 해뿐이었다. 심지어 2020년과 2021년 변동률은 각각 7.33%, 13.26%로 급등했다.

집값이 고공 행진하는 상황에 불안감을 느낀 것은 단연 20·30대다. 결국 이들은 코로나19가 낳은 저금리를 활용해 ‘영끌(영혼까지 끌어 대출)’ 매수에 들어갔다. 그야 말로 ‘패닉바잉’이었다. 전국 아파트의 20·30대 매입 비중은 매입자 연령대별 거래량이 공개된 2019년 28.3%에서 2020년 29.2%로 높아졌고, 2021년에는 30%를 넘어섰다. 이후 부작용은 출산율의 저하로 나타났다. ‘집이 있어 애 낳기 무서운’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제로금리에 가까워지던 금리가 브이(V)자 반등에 들어가면서다. 이제는 집이 있어도 대출이자를 감당하기 벅차 아이를 낳기 어려운 상황에까지 처하게 됐다.

이자 내기 바쁘다 보니 애초 자녀계획이 있던 신혼부부들조차 출산을 주저한다. 한 30대 맞벌이 신혼부부는 “주택담보대출에 신용대출까지 껴서 집을 샀는데 아끼고 아껴 원금을 갚아도 금리가 올라 이자는 그대로”라며 “대출 하나는 갚고 아이를 가지려 했는데 계획이 점점 미뤄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에서 5개월 아기를 키우는 한 신혼부부도 “아이를 낳고 최근에 차를 샀다”며 “아이가 커갈수록 돈 나갈 일만 늘어날 텐데 부담해야 하는 이자까지 생각하면 두렵다”고 걱정했다. 통계청은 ‘2020 국민 이전계정’에서 26세까지 아이를 키우는 데에 1명당 6억1583만원(개인 3억4921만원, 정부 등 공공부문 2억6662만원)이 들어간다고 발표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자 20·30대 예비 매수자들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에도 부동자세를 유지하는 모양새다. 증가세를 이어가던 전국 아파트 20·30대 매입 비중은 지난해 30% 이하로 떨어졌고 서울은 41.7%에서 34.1%로 대폭 하락했다. 이들을 타깃으로한 특례보금자리론 역시 반응이 시원치 않다. 이 상품은 최대 5억원 고정금리 대출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적용되지 않아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클 것으로 예상됐었다.

집이 없어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것은 기본이고, 이제는 집이 있더라도 ‘은행 집이라서’ ‘이자비용이 많이 들어서’ 낳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부동산시장 활성화와 궁극적인 출산율 제고를 위해서라도 단편적인 규제 완화가 아닌 보다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할 때다.

nature6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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