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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집권여당 취약성 드러낸 ‘나경원 사태’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26일 3·8 전당대회 당대표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출산 시 빚탕감’ 정책 등을 놓고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은 지 19일 만이다. 그는 “당의 분열과 혼란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막고 화합과 단결로 돌아올 수 있도록 솔로몬 재판의 진짜 엄마 심정으로 그만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게 다가 아님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대통령실과 친윤(친윤석열) 진영의 압박을 이겨낼 수 없었을 것이다.

나 전 의원의 불출마로 차기 당대표를 둘러싼 여권 내 소모적 갈등과 분열이 이쯤에서 마무리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드러난 대통령실의 특정 후보 밀어주기 논란과 여당 내 비민주적 행태는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태는 나 전 의원이 원인 제공을 한 측면이 분명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라는 국가적 중책을 맡은 지 3개월 만에 ‘차기 당권주자 여론조사 1위’에 취해 중도하차했다. 막대한 예산이 드는 헝가리식 ‘자녀출산 시 대출원금 탕감’ 정책을 대통령실과 조율 없이 발표한 것도 ‘자기 정치’ 논란을 자초했다. 그러나 윤심(尹心)에서 벗어났다고 출마 자체를 막는 것은 다른 문제다. 국민의힘 내 친윤세력이 이에 총대를 메고 나 전 의원을 ‘제2의 이준석’ ‘반윤의 우두머리’라는 원색적 표현을 써가며 몰아붙인 것도 볼썽사나웠다. 여기에 더해 40여명의 초선 의원을 줄 세워 나경원을 비토하는 연판장을 돌리도록 종용했다. 앞서 유승민 전 의원의 출마를 봉쇄하려고 2004년 이후 계속돼온 7대 3룰(당원투표 70%+국민여론조사 30%)을 깨고 별안간 100% 당원투표로 바꾸기도 했다. 차기 당대표는 윤석열 정부와 단일대오로 가야 한다는 친윤계의 배타적 지배욕이 당내 민주화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

나 전 의원이 불출마의 변(辯)에서 “질서정연한 무기력함보다는 무질서한 생명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차기 총선을 지휘할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다양성보다는 획일성, 상향식이 아닌 하향식으로 후퇴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을 꼬집은, 가시가 들어 있는 말이다. 전당대회가 국민적 호응을 얻으려면 소장파, 중도개혁파, 여성 리더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후보가 대한민국의 더 나은 미래를 놓고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여당은 윤심 타령으로 날밤을 새우고 있다. 이래서는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 직전 전당대회에서 ‘30대 0선’의 이준석이 당대표로 선출된 나비효과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거푸 승리할 수 있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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