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후기 등 분석 ‘역기획’도
패션업계가 의류 재고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소비 침체기가 본격화 한 가운데 관리 비용까지 증가하면 재정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효율적인 재고 관리를 위해 패션 업계는 팬데믹 기간 다져온 디지털 역량을 적극 활용하며 대응에 나섰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이전 시즌 고객 판매 데이터 등 빅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수요를 예측해 생산하고, 시즌 시작 후에는 수시로 판매 현황을 확인하고 있다. 이 같은 수요 예측이 가능한 이유는 그동안 쌓아온 데이터 역량 덕분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2008~2017년, 10년간 생성한 데이터만 해도 5억8000건 정도에 달한다. 연평균 약 6000만건에 이르는 셈이다.
특히 ‘상품기획자(MD)들의 감’에 맡겼던 상품 발주량을 데이터화 하면서 재고를 보다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게 됐다. 일례로 신제품 사이즈별 발주 물량을 결정할 때 기존에 가장 유사한 제품과 매칭해 이전 판매 데이터로 사이즈 별 수요를 파악한다.
이에 더해 고객 영수증 데이터로 상품 종류(SKU)별 연관 판매 규칙을 분석한 것도 주요 전략 중 하나다. 어떤 두 상품이 동시에 빈번하게 구매가 발생되는지를 확인해 묶음 할인 등 프로모션을 기획한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되면 고객 단위별 상품 구매 규칙도 확인이 가능하다.
F&F는 2017년부터 일찍이 진행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으로 재고 관리에 효과를 보고 있다. F&F는 DT 전략으로 제품 기획·디자인 단계에서 활용되는 제품수명관리(PLM), 전세계의 오더를 수집·관리하는 매매주문관리시스템(OMS), 물류관리 시스템(WMS), 인플루언서·간접광고(PPL)을 관리하는 마케팅시스템, 트렌드와 검색 동향을 분석하는 통합 대시보드를 구축했다.
F&F 관계자는 “데이터에 근거한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과 업무추진 덕분에 제품 적중률이 높아졌고 재고 관리 역시 효과를 보고 있다”고 했다.
패션기업들은 ‘상품 역기획’으로도 매출과 재고, 두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전략이다. 빅데이터로 트렌드를 빠르게 분석해 고객 맞춤형 상품을 제작하는 것이다. 수요를 예측해 만든 제품인 만큼 재고 비율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최근 인공지능(AI) 솔루션 기업, 패션 플랫폼과 손 잡고 패션기업들이 온라인 상품 리뷰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랜드월드가 운영하는 여성 제조·직매형의류(SPA) 브랜드 미쏘는 역기획으로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날개를 달았다. 미쏘는 패션 플랫폼인 지그재그와 협업, 10~20대 여성 소비자의 수요 분석에 집중했다. 베스트 상품과 후기 키워드를 분석해 시즌별 유행 상품을 예측하고 새로운 재킷 상품을 기획해 대박을 터뜨렸다.
패션업계는 유독 재고자산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유행이 급변하는 만큼 의류는 한 계절이 지나면 다시 입을 수 없어 재고 자산의 가치가 급감한다. 여기에 팔리지 않은 상품은 아울렛에서 50% 이상 할인가로 판매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휠라홀딩스는 북미 시장 악화로 지난해 3분기 재고자산이 전년 동기 대비 97.6%나 급증한 1조2214억원을 기록했다. 휠라홀딩스는 지난해 하반기까지 미국 주요 아울렛에서 재고량을 떨어내기도 했다.
신주희 기자
joo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