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통일신라, ‘전염병’으로 멸망? “한랭건조 기후에 역병 유행”
이현숙 한국생태환경사연구소장 논문서 주장
[123rf]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고대 통일신라가 멸망한 원인에 ‘기후’와 ‘전염병’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의학사 연구자인 이현숙 한국생태환경사연구소장은 최근 학회지 신라사학보에 실은 논문 ‘생태환경으로 본 신라멸망에 대한 시론’을 통해 한랭건조한 기후에서 천연두(두창) 등 전염병이 유행하면서 통일신라가 멸망했다고 주장했다.

이 소장은 9세기 말부터 10세기 초 사이에 동아시아에서 천연두 등 전염병이 대유행한 점과 신라가 멸망한 때와 비슷한 시기 중국에서 당이 멸망하는 등 한중일 3국에서 사회변화가 이뤄진 점에 주목했다.

논문에 따르면 8~9세기 바이러스가 활동하기 좋은 한랭건조한 기후였던 당과 신라에선 ‘영양상태가 불균형해 면역력이 약한 대규모 인구집단’이 대규모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에서 각국기 참전해 17년간 이어진 삼국통일전쟁으로 ‘병원체 교환의 장’이 열리면서 동아시아에선 역병이 유행하고, 인구 급감과 불경기로 이어지면서 사회 전반이 침체됐다.

논문은 천연두가 소빙하기였던 조선시대에도 유행한 점을 강조했다. 이 소장은 논문에서 “중세 온난기에 속한 고려 때 발간된 향약구급방에는 소아 완두창만 간단히 다루고 성인 완두창은 다루지 않았다”며 “조선 세종 때는 두창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의학서가 나올 정도로 두창이 사회적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8~9세기 비슷한 상황에 놓였던 한중일 가운데 일본은 정권이 유지된 점도 조명됐다. 논문은 “일본은 기득권세력이 지방세력과 타협해 권력을 분산하고 수도를 옮기면서 각종 개혁정책을 비교적 성공시켜 종래 체제를 200년간 더 유지할 수 있었다”며 “신라와 당은 기득권자들 이해관계 때문에 개혁이 잘 안 되면서 기층민들 불만이 누적돼 왕조가 붕괴하고 분열의 시대를 맞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소장은 “지구온난화로 코로나19와 같은 새로운 감염병이 지속해서 나타날 것인데 이때 지도층이 기득권 유지에 급급하기만 하면 기득권층이 몰락하게 된다는 점을 역사가 말해준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이화여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고등사회과학원 중국사학과에서 공부한 뒤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신라 의학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k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