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어대명’ 전당대회 투표율 저조…반복될 수도”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이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김기현의 비전과 통합 메시지' 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국민의힘 ‘어대현’ 전당대회는 더불어민주당 ‘어대명’ 전당대회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을까.
45일 가량 남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구도가 ‘김기현 대세론’으로 굳어지고 있다. ‘어대현(어차피 대표는 김기현)’을 강조하던 김 의원은 최근 본선에서 과반 지지율을 획득해 결선까지 가지 않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선 친윤계 의원들의 노골적인 ‘김기현 당대표 만들기’가 전당대회 흥행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퍼블릭이 문화일보 의뢰로 지난 17~18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 376명에게 차기 당대표 지지도를 물은 결과, 김 의원이 1위(23.6%)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안철수 의원이 18.5%, 나경원 전 의원이 18.3%로 그 뒤를 이었고, 이어 유승민(7.5%) 황교안(3.1%) 조경태(1.8%) 윤상현(0.8%) 순이었다.
김 의원은 한 달새 나경원 전 의원이 지키고 있던 ‘당 지지자 선호도 1위’ 자리까지 탈환했다.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가 뉴시스 의뢰로 지난해 12월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 중 국민의힘 지지층에게 ‘차기 당대표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김 의원은 10.3%로 4위에 그쳤다. 당시 1위는 나 전 의원(26.5%)이었고, 안 의원이 15.3%, 유승민 전 의원이 13.6%로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기현 의원이 5일 오후 서울 송파구민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송파을 신년인사회에서 장제원 의원, 배현진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
‘김기현 대세론’은 ‘김장연대’가 띄우고 ‘대통령실’이 굳힌 결과로 풀이된다. 김 의원은 지난해부터 일찌감치 전당대회 준비에 돌입했고 ‘윤심주자’ 이미지를 선점했다. 그 배경엔 ‘윤핵관’ 핵심 장제원 의원이 있었다. 김 의원은 장 의원이 초기 주도했던 당내 최대 친윤계 의원 모임 ‘국민공감’을 기반으로 세몰이에 돌입했다. 이철규, 박수영, 유상범, 김정재, 배현진 의원이 국민공감 간사를 맡고 있다. 국민공감 관계자는 “사실상 김 의원 지지모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당 안팎의 ‘나경원 불출마’ 압박 또한 김 의원에겐 호재였다. 김 의원은 나 전 의원의 출마에 대해 ‘본인의 책임있는 결단’만을 촉구할 뿐 직접적인 메시지를 내진 않았지만, 주변 친윤계 의원들과 대통령실의 노골적인 견제로 반사이익을 봤다. 김정재 의원은 나 전 의원을 향해 ‘유승민의 길을 가려하냐’며 비판했고,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나 전 의원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해임과 관련해 “대통령께서 나 전 의원의 그간 처신을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본인이 잘 알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심 100%’로 치러지는 선거에서 ‘윤심’은 배제할 수 없다”며 “아무리 대세라고 하더라도 나 전 의원도 별 수 없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8·28 전당대회 지역 순회 경선을 시작한 6일 강원 원주시 한라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이재명 당 대표 후보가 정견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
‘김기현 대세론’을 키우는 국민의힘 친윤계의 모습은 민주당의 모습과 유사하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 50명은 지난 17일 성명을 내고 나 전 의원이 저출산위 부위원장직 해임이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명서 발표는 당권 경쟁에서 김 의원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또한 지난 8월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 주도 하에 ‘비상대책위원회 비판 연판장’ 서명에 나섰다. 당시 민주당 비대위가 ‘중앙위 100% 투표로 컷오프’, ‘최고위원 투표 시 지역쿼터제 도입’을 결정한 데 대한 것으로, 이 대표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경선 룰을 세팅하기 위한 집단행동이었다.
한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김 의원을 ‘당대표’로 몰아가는 정도가 심하다보니 당 안팎에서도 역효과 이야기가 나오는 것 아니냐”며 “구체적 케이스는 다를 수 있지만 더불어민주당도 ‘어대명’ 구도로 전당대회를 치르다 흥행에 실패했고 지지율 상승효과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민주당의 지난해 8월 전당대회는 ‘실패한 전당대회’로 평가된다. 이재명 대표는 8.28 전당대회 당시 총 득표율 77.77%로 선출되며 역대 당 대표 득표율 중 최고를 기록했지만, 권리당원 투표율은 37.98%에 불과했다.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반영했던 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의 이번 전당대회는 ‘당심 100%’로 진행돼 컨벤션 효과를 얻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 한 국민의힘 초선의원은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선호도 조사 응답자는 항상 300~500명이었고, 응답률이 전부는 아니지만 응답률이 5% 이하인 것도 많았다”며 “물론 전당대회 때 당원들이 얼마나 참여하고 결집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이런 세몰이는 흥행에 좋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준석 전 대표도 등판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0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제가 전당대회에 나왔을 때 국민의힘 지지층 사이에서 마지막에 여론조사를 했을 때 54%까지 받은 적이 있었다”며 “하지만 실제 전당대회 당원 투표에 들어갔을 때 제가 37%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당 지지층 조사와 당원 투표는 다르다며 “기본적으로 지지층 여론조사는 샘플링이 잘 안된다”고 지적했다.
newk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