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전체 수출 19%…11월 이후 30% 급감

반도체 수출 역성장에 과감한 결단 해석

경쟁력 강화로 미국·대만 등 육성책 맞대응

“흔들리는 ‘수출 효자’ 살리자”…세계 최고수준의 뒷받침 [반도체 세제지원 대폭 확대]
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은 1292억27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0% 증가하는 데에 그쳤다. 반도체가 지난해 우리 전체 수출액(6839억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9%로, 수출 1위 품목이다. 국내 한 반도체공장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헤럴드경제DB]

정부가 3일 반도체 투자에 대한 추가 세제지원책을 발표한 것은 대한민국 수출의 핵심축 역할을 해오던 반도체산업이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 혹한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가 글로벌 공급망의 무기로 부각되고 반도체 투자 유치를 위한 세계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경쟁국 수준으로 세제 혜택을 확대해 국가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정부가 이처럼 신속하게 추가 지원방안을 검토하고 나선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최근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자리에서 관계부처와 협의해 반도체등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을 추가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줄 것을 지시한 바 있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은 1292억27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0% 증가하는 데에 그쳤다. 반도체가 지난해 우리 전체 수출액(6839억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9%로, 압도적 수출 1위 품목이며 우리 경제의 핵심 동력이지만 최근 들어 위기를 맞았다.

월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감소세가 본격화하면서 우리나라 수출을 비롯한 전체 경제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8월부터 5개월 연속 반도체 수출이 감소하면서, 29.0% 성장했던 2021년 상황이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반도체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9.9% 감소했고 12월에도 29.1% 줄었다. 30% 가까운 급감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K-반도체의 대표 제품인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가격하락세도 지속되고 있다. D램 고정가는 5∼6월 3.35달러에서 10∼12월 2.21달러까지 떨어졌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일상회복과 바깥 활동 증가에 IT기기 수요가 줄어든 데다 인플레이션 장기화로 경기둔화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 감소는 생산 급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11월 반도체 생산은 11.0% 급감했다. 반도체 가동률도 12.0% 감소했다. 지속된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와 각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글로벌 경기둔화 등으로 정보기술(IT) 관련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올해도 반도체시장이 암울하다는 점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세계 반도체 매출이 5960억달러(약 779조원)로, 지난해(6180억달러)보다 3.6%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도 올해 반도체시장 매출을 5570억달러(약 728조원)로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최대 경쟁국가인 대만은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으며, 베트남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따른 한국의 기회 및 위협 요인’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수입시장에서 대만의 점유율은 9.7%에서 17.4%로 7.7%포인트 상승했고, 베트남은 2.6%에서 9.1%로 6.4%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30.1%에서 지난해 11.0%로 감소했다. 우리 점유율은 11.2%에서 13.2%로 2.1%포인트 늘어나는 데에 그쳐 미중 디커플링(탈동조화)에 따른 반사이익이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은 전 세계 반도체 수요의 21.6%를 차지하고 있다.

보고서는 최근 메모리 반도체 수요 부진으로 국내 반도체기업의 설비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며 세액공제율과 연구·개발(R&D)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대만은 R&D·설비투자 세액공제를 기존 15%에서 25%로 확대하는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파격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에 우리 경제의 핵심 동력이자 주력산업인 반도체의 위기 상황을 그대로 둘 경우 우리 경제의 위기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정부가 서둘러 투자 확대를 위한 세제 지원 강화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분석된다. 세제 지원 규모도 애초 예상보다 훨씬 크다. 정부는 대·중견기업의 투자 세액공제 규모를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확대키로 했다. 여기에 투자증가분에 대한 10% 세액공제를 추가하면 대기업은 최대 25%, 중소기업은 최대 35%의 세액공제가 가능해진다.

각국의 반도체육성책에 대한 맞대응 성격도 있다. 미국은 지난해 자국에 반도체공장을 지으면 25% 세액공제를 받게 한 ‘반도체칩과 과학법(칩스법)’을 제정하고 반도체시설 신설·확장·현대화에 5년간 520억달러(약 67조원)의 보조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일본은 구마모토현에 TSMC 반도체공장을 유치하면서 건립비용 1조2000억엔(약 11조6600억원)의 40%에 달하는 돈을 보조금으로 지원했고,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도 반도체기업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배문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