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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벌집’ 최종회는 왜 완성도를 유지하지 못했나?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25일 막을 내린 판타지 회귀물 JTBC 금토일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은 올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이은 최고 화제드라마였다. 화제성뿐 아니라 시청률까지 다 잡았다.

최종회 시청률은 자체 최고인 전국 26.9%, 수도권 30.1%를 기록하며 2022년 미니시리즈 최고 시청률을 장식했다.(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

하지만 최종회 구성과 결말은 지금까지의 완성도를 유지하지 못했다. 원작을 각색했지만 진도준(송중기 역할의 2회차 삶)과 윤현우(1회차 삶)를 오락가락하는 마무리가 어색했다. 마지막 청문회 장면 등에서 작위적인 느낌이 들기도 했고 클리셰도 나왔다. 차라리 윤현우가 진도준으로 살면서 순양그룹을 지배하는 것으로 복수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원작 웹소설을 따라가는 게 더 나았을 것이라는 반응이 많다.

‘재벌저승사자’로 불리는 서민영(신현빈)은 초반 상사인 부장검사의 말을 듣지 않고 정의만을 추구하는 검사였지만 진도준을 만나면서 과연 재벌집 비리를 파헤치는 검사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당당함은 사라지면서 캐릭터가 약화됐다. 최종회에서 서민영 검사가 머리에 총을 맞아 바다로 떨어졌던 윤현우(송중기)를 국정원 현지요원들의 도움을 받아 구조했다고 하는 설정도 자연스럽지 않았다.

작가는 회귀물이라 해도 송중기가 연기하는 2회차 판타지적인 삶(진도준)보다 1회차 본래의 삶(윤현우)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다 보니 진도준으로 끝까지 가기가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윤현우가 살았던 진도준(송중기)의 17년이 꿈처럼 그려졌다는 점에서 판타지도 대거 약화됐다.

결과적으로 “빙의도, 시간여행도 아니다. 그건 참회였다. 진도준에 대한 참회. 그리고 나, 윤현우에 대한 참회”라는 윤현우의 엔딩 대사의 힘도 빠져버렸다. 이 질문은 재벌 손자 진도준이 2회에서 스스로에게 물었던 “내가 진도준으로 살게 된 것은 빙의일까, 시간여행일까. 그도 아니면 환생일까? 다 아니다. 이번 생은 기회다”에 대한 결론과 같은 답을 보여주는 수미쌍관이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기승전트럭” “‘파리의 연인’ 결말보다 더한 충격” “구운몽을 표절했나” 등의 과도한 표현까지 써가며 격한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이런 반응 자체가 ‘재벌집 막내아들’에 깊이 빠져 있었다는 걸 보여준다.

결말이 어색했다고 하지만 ‘재벌집 막내아들’은 끝까지 치열했던 순양가와의 싸움, 자신의 오랜 목표를 이루며 기적을 완성하는 윤현우(송중기 분)의 모습을 잘 보여줬다.

재벌가 비서에서 막내아들이 돼 복수를 펼치는 윤현우, 그리고 진도준(송중기 분)의 이야기는 끊임없는 반전과 역전을 선사하며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그가 지나온 대한민국의 면면들은 그 자체가 변수였고 또한 정치·경제사적 서사였다.

1987년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진도준이라는 개인의 앞날과 격변의 현대사가 맞닿는 지점들은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특히 2차석유파동, KAL기 납치 사건, 88 서울올림픽, IMF 외환위기, 2001 9.11 테러로 인한 증시폭락, 2002 월드컵, 금산분리완화법, 닷컴 버블, 카드대란, 개인워크아웃제도, 소액주주연대회의 등 실제 역사적 사건들의 뉴스 장면을 사이사이 내보내 현실감을 더했다.

굵직한 스토리 위에서 활약하는 욕망 가득한 캐릭터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예측 불가의 전개를 보여주며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과거가 아닌 현재에서, 태생이 아닌 스스로의 힘으로, 자본보다도 정의를 택하며 순양가를 무너뜨리는 데에 성공한 윤현우. 그가 만들어낸 거대한 파동은 인생 2회차의 진짜 기적을 보여줬다.

이날 의식을 잃은 진도준이 눈을 떴을 때 그는 다시 윤현우로 돌아와 있었다. 벼랑 밑으로 떨어졌던 윤현우를 구해준 이는 한국에서부터 따라온 서민영(신현빈 분)이었다. 그는 순양그룹 회장 진영기(윤제문 분)를 불법 승계 혐의로 기소할 생각이라며, 재무책임자인 윤현우의 증언이 필요하다고 했다.

서민영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온 윤현우. 그러나 어느 틈에 그는 공금횡령 혐의로 긴급 체포 대상이 돼 있었다. 사실 윤현우를 살해하라고 사주한 이는 진성준(김남희 분)이었다. 이 모든 것이 순양마이크로의 불법 비자금을 세탁하기 위해 그가 꾸민 일이었던 것.

결국 윤현우는 다시 서민영을 찾아갔다. 지금 그는 분명 살인미수 사건의 피해자였지만 대외적으로는 공금횡령 사건의 피의자였다. 윤현우의 이야기를 믿어주고 힘이 돼줄 수 있는 이는 오직 서민영뿐이었다. 그로부터 오너리스크 파일과 순양마이크로 비자금 내역서를 건네받은 서민영은 본격적으로 사건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윤현우는 오세현(박혁권 분)을 만났다. 파트너 진도준을 잃은 뒤 오래전부터 일에서 손을 떼고 식물원에 있었다던 오세현. 그는 순양에 ‘새 주인’을 찾아주겠다는 윤현우의 말에 기꺼이 힘을 보탰다.

그들의 첫 번째 작전은 순양물산의 소액 주주들로부터 시작되는 지각변동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조짐에 마음이 급해진 진성준은 경영권 방어에 필요한 지분을 모현민(박지현 분)의 친인척 명의로 매집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금세 서민영에게 포착됐다. 그는 진성준의 경영권을 빼앗을 타이밍만 노리던 진화영(김신록 분), 최창제(김도현 분)의 힘을 이용해 순양그룹 국정조사 청문회를 개최해 진성준을 불러들였다.

마침내 진성준은 편법 승계와 살인미수를 비롯한 의혹들로 청문회장에 섰다. 증인으로 참석한 윤현우는 그곳에서 해외에서 자신이 겪었던 일들에 대해 진술하며 진성준을 살인교사의 배후로 지목했다.

이어 진성준의 또 다른 죄목인 진도준 살해 혐의를 입증할 다른 증인도 나타났다. 그는 바로 하인석(박지훈 분)이었다. 하인석은 윤현우를 향해 진도준 살인 사건의 ‘공범’이라고 부르며 적의를 감추지 않았다. 계약직이었던 시절 윤현우는 아무것도 모른 채 김주련(허정도 분)의 지시를 받아 진도준의 사고가 일어날 현장에 가 있었다.

그곳에서 그의 역할은 사고를 조작하는 미끼였다. 이윽고 눈앞에서 일어난 교통 사고와 숨을 거둔 진도준을 보고 충격에 휩싸였던 윤현우. 그런 그에게 김주련은 순양의 자리를 제안했고, 윤현우는 결국 고민 끝에 침묵을 택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윤현우는 달랐다. ‘공범’으로 자백하는 쪽을 선택한 그는 이십년 전 사고 직후 김주련과 나눴던 녹취록을 공개했다. 그 안에는 진도준의 살해를 지시한 진범인 진영기 회장의 목소리도 담겨 있었다. 진도준 살인교사 사건의 배우가 진영기 회장임을 날리는 결정적 단서였다.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진도준은 물론 아들 진성준까지도 몰아내려던 그의 끔찍한 욕망에서 비롯된 비극이었다.

순양가의 추악한 실체를 본 대중은 크게 분노했다. 거세게 불어닥치는 폭풍에 그토록 철옹성 같던 순양가도 결국 무너졌다. 세습경영을 중단하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한 것. 전생과 이번 생에 걸친 윤현우의 오랜 복수가 결실을 갖는 순간이었다. 인생 2회차가 만들어낸 새로운 기적의 끝에서 미소 짓는 그의 모습으로 드라마는 끝났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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