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변동금리 8%대 목전에
5% 넘었던 예금금리는 4%대로
기준금리 인상 예고 계속되며
“예금금리 인상 고려해야” 조언도
#. 30대 직장인 A씨는 다음 달 예정된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갱신을 앞두고 불안감에 휩싸였다. 잠시 주춤한 듯했던 대출금리가 내년 상반기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소식을 접한 탓이다. A씨는 “들어오는 돈은 그대로인데, 돈이 나갈 구멍만 커진다고 생각하니, 밤에 잠이 오지 않는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20대 B씨는 최근 5%가 넘는 정기예금 가입이 인기라는 소식을 접하고, 한 시중은행서 예금 가입을 시도했다. 그런데 5.10%로 알고 있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4.9%대로 내려간 것을 발견했다. B씨는 “금리가 오르면 예금금리도 오르는 것 아니냐”며 “200만원 가량 받은 마이너스통장 대출 금리는 매월 올랐다는 문자가 오던데, 예금금리가 떨어진 이유를 모르겠다”며 불만을 표했다.
은행권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의 지표로 활용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4%대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이에 주요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연 8% 턱밑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정작 정기예금 등 수신금리는 당국의 금리인상 자제령에 따라 줄어든 상태다. 나날이 늘어가는 금리 부담에 허덕이는 ‘영끌족’들의 울분이 터져나오고 있다.
▶주담대 변동금리 8% 턱 밑까지...예금금리는 5% 대서 내려앉아=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기준 5대 시중은행(KB·신한·우리·하나·NH농협)이 공시한 주담대 변동금리는 5.59~7.97%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날(5.61~7.61%)에 비해 상단이 0.36%포인트(p) 오른 수치다. 전일 발표한 코픽스 지수가 4.36%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상승분이 일제히 주담대 변동금리에 반영된 영향이다. 이로써 주담대 변동금리 상단은 8%대 돌파를 눈앞에 두게 됐다.
한동안 은행들은 대출 금리 상승을 완만하게 가져갔다. 금융당국이 무리한 예금금리 경쟁을 자제시키면서 코픽스 상승세가 꺾일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실제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하단이 4% 후반대로 내려가기도 했다. 하지만 전월에 이어 코픽스가 상승세를 기록함에 따라 속도조절에 나섰던 은행들도 대출 금리 수준을 다시 끌어올렸다.
이로써 주담대 차주의 부담도 가중될 예정이다. 예컨대 2년 전 아파트를 매수해 2.5% 금리로 3억원의 주담대를 받았던 C씨는 내년 변동금리 전환을 앞두고 있다. 현재 C씨가 원리금 균등상환으로 내는 금액은 약 120만원 수준이다. 그러나 주담대 금리가 8%대에 도달하면 월 상환금은 약 100만원이 늘어난 220만원 수준으로 약 2배 가량 상승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대출금리가 상승한 반면, 예적금 금리는 연일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5대 시중은행에서도 5% 넘는 예금 상품이 등장하는 등 예금금리가 줄줄이 인상됐지만, 현재는 일괄 5% 밑으로 내려갔다. 이날 기준 5대 은행 주요 정기예금 금리는 4.44~4.88%로 상단이 지난달 말(5.10%)에 비해 약 0.22%p 하락했다.
은행권에서는 코픽스 인상에 따라 주담대 기준금리는 올릴 수밖에 없지만, 예·적금 금리는 조정이 힘들다는 입장이다. 당국의 수신금리 인상 자제령이 계속되는 까닭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흔히 ‘이자 장사’라고들 하지만 예금금리를 줄이면 수신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은행 입장에서도 그리 반가운 일이 아니다”며 “되려 은행은 수신이 줄면 대출을 하지 않으면 되지만, 당국에서 대출 공급도 지속적으로 압박하는 상황이라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상 예고에 ‘영끌족’ 울상...“예금금리 인상해야” 목소리도= 이런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더 높은 금리를 찾아 새벽 줄을 마다하지 않던 소비자들은 울상이다. 고물가·고금리 부담에 허리띠를 조이려 발품을 파는 상황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금융권에서는 예상보다 일찍 자금 모집을 닫는 고금리 상품이 발생하는 등 ‘금리 노마드’ 열풍이 계속되고 있었다.
최근 업계 최고 수준인 5.95% 고정금리를 제공하는 동양생명의 일시납 상품 ‘(무)엔젤더확실한저축보험’ 경우, 이달 1일 출시 이후 판매량이 너무 많아 2주만인 16일 판매 종료를 앞두고 있다. 최소 100만원부터 거치 가능하고, 5년 만기시점에 31.3%의 이자를 확정해 지급한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이미 1000억원 넘게 판매가 이뤄진 탓이다.
더 큰 문제는 내년 상반기까지 대출금리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4차례의 자이언트 스텝에 이어 지난 14일(현지시간) 0.5%p ‘빅스텝’을 단행했다. 금리인상 속도 조절은 실현됐지만, 경제전망(SEP)에서 내년 최종금리 전망 중윗값을 지난 9월 대비 0.5%p 높은 5.1%로 상향했다.
여기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 2% 달성 확신이 들 때까지 금리 인하는 고려하지 않겠다”며 내년에도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고금리를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내년 1월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결정될 것이며,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예금금리 인상을 무작정 막게 되면, 소비자들의 피해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국장은 “유동성 문제 해결을 위해 예금금리 인상을 억제한다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지출이 늘고 수입이 적어지니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며 “무작정 예대금리 인상을 자제하기보다, 은행의 자율성과 유동성 추이에 맞춰 일정 부분 예금금리를 인상해 소비자 혼란을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정은·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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