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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믹스 상폐, 정녕 업비트 탓인가?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눈물을 삼키고 있다. [사진 위메이드 기자간담회 유튜브]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상장폐지는 없을 것이다”→ “이번 상장폐지는 업비트의 갑질 때문이라고 생각한다.”(장현국 위메이드 대표)

11월 1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이 자리에서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위믹스의 상폐 우려에 대해 자신만만해했다. 당시 가상자산 ‘위믹스(WEMIX)’는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된 이후 3주째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었다. 애타는 투자자들은 상장폐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러나 장 대표는 “상폐는 없을 것이다”며 호언장담했다. 이를 믿은 투자자들은 위믹스를 처분하지 않고 끝까지 버텼다. 오히려 매입에 나선 투자자들도 많았다. 일주일 뒤 ‘위믹스 상장폐지’라는 결과가 나왔다. 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위믹스 가격 폭락으로 인해 믿고 기다린 투자자들만 큰 손해를 입었다.

장 대표의 표정도 바뀌었다.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눈물까지 보였다. “투자자들에게 심려를 끼쳐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돌연 화살을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로 돌렸다. 장 대표는 업비트를 ‘슈퍼 갑’으로 칭하고 “이번 상장폐지는 업비트의 갑질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격분하는 모습을 보였다. 구체적 데이터를 통한 반박보다는 격정적인 표현으로 거래소를 비판하는 데 집중했다.

위믹스 사태에 대한 이성적인 설명은 가려졌다. 그를 믿고 기다려왔던 투자자들로선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장 대표는 유통량 문제에 대해 “수차례 소명 절차에서 답을 못한 건 없다”며 자신만만했다. 그러나 상장폐지 결정을 내린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는 “위믹스는 충분한 소명을 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훼손된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다.

그동안 위메이드는 예고없이 위믹스를 대량 매도해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어왔다. 지난 2020년 11월부터 1년간 팔아치운 위믹스만 총 1억800만개로, 2271억원을 현금화했다. 가상자산 가격에 직접 영향을 주는 대량 매도사실을 사전에 알리지 않아 불신만 키웠다.

게다가 1년간 위믹스를 팔아 얻은 현금을 2021년 4분기 매출로 한꺼번에 반영하는 회계처리 방식으로 실적 부풀리기 논란에도 휩싸였다. 이로 인해 당시 위메이드 주가는 하루 만에 30% 가까이 폭락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발생한 유통량 논란은 장 대표와 위믹스를 더 이상 믿을 수 없게 만들었다.

장 대표는 거래소가 ‘슈퍼 갑’이라고 외쳤지만 투자자들에게는 장 대표가 결국 ‘슈퍼 갑’이었다.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나기 전에 “상폐는 없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하고 다닌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사실을 그는 몰랐을까. 투자자를 볼모로 한 가벼운 언행이 결국 투자자 손실은 물론 시장의 불안정성을 더 키운 결과가 됐다.

“(가상자산) 전수조사를 하면 위메이드만한 회사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산업 초기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논란들을 거치면서 내부 프로세스는 훨씬 더 단단해졌다”고 말한 그의 자신감을 이제는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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