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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시사] 전력계통의 숨은 구원투수 양수발전

마리아노 리베라.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던 유명한 야구 선수다. 그는 역사상 최고 구원투수로 손꼽힌다. 2019년 만장일치로 명예의 전당에 오를 만큼 미국이, 그리고 전 세계가 사랑했던 선수다. 구원투수는 선발투수가 더는 공을 던지기 힘들어졌을 때 선발투수를 대신해 중간에 투입되는 투수다. 선발투수에 비해 빛을 발하지는 못하지만 남은 경기를 마무리하며 굵직한 역할보다는 섬세한 경기를 이끈다.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력 생산에는 굵직한 역할을 하는 원자력과 화력, LNG 등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야구로 치면 이들이 선발선수들로 버티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대용량 발전소다. 선발선수로서 든든하게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그런데 전기는 다루기가 참으로 까다롭다. 늘 주파수 60Hz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인데 요즘처럼 신재생에너지가 증가하는 추세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을 때는 전기가 남아 주파수가 올라가는 반면 발전량이 떨어지거나 또는 선발선수에 문제가 생기면 주파수가 떨어진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구원투수이며, 양수발전소가 그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양수발전소는 전기가 남으면 그 전기를 이용해 높은 곳으로 물을 퍼 올려 전기가 부족할 때를 대비한다. 전기가 모자라면 그 물을 떨어뜨려 전기를 생산한다. 전기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조절하며 주파수를 안정적으로 조절하는 것이다. 특히 원자력이나 화력발전소는 갑작스럽게 출력을 높이거나 내리는 것이 어렵다. 이에 비해 3분 만에 기동이 가능한 양수발전소는 실시간으로 전력 수요 변동에 따라 발전량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실제로 2011년 9월 예상치 못한 전력 수요 급증으로 순환 정전 사태가 발생했을 당시 양수발전소는 즉각 전기를 생산하며 전국적인 대규모 정전 사태를 막았다.

양수발전소는 ‘발전소의 발전소’ 역할도 할 수 있다. 만에 하나 전국적인 블랙아웃으로 대용량 발전소들마저 정지해버리면 이 발전소들을 기동하기 위해서는 전기가 필요한데 양수발전소는 상부 댐의 물만 떨어뜨리면 전기를 생산할 수 있으니 일종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며 다른 대용량 발전소에 전기를 공급해 이들이 다시 전기 생산을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강점 때문에 전 세계 51개국에서 양수발전소를 운영 중이며, 에너지 저장장치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또 전 세계적으로 현재 용량 160GW 수준의 양수발전소는 2050년까지 150GW가 추가로 건설될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지자체 자율 유치 경쟁 공모를 통해 3개 지역에서 1.8GW 규모의 양수발전소가 신규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

겨울이 다가오며 에너지 절약 운동이 시작됐다. 겨울철 전력 피크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양수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도 본격적인 겨울나기를 준비하고 있다. 양수발전소 안전을 재점검하고, 불시에 발생할지 모를 전력위기 상황에 대비해 몸을 풀며 겨울철을 안전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채비하 고 있다.

권창섭 한국수력원자력 수력처장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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