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벨레스 분수 광장~스페인 왕궁 ‘그란비아’
삼성 갤럭시 광고판·빨간 로켓조형물 눈길
12번 재야의 종소리 송구영신은 ‘솔광장’서
미식체험장 ‘마요르 광장’ 크리스마스 마켓도
인상주의 화풍 프라도뮤지엄 등 3대 미술관
북쪽엔 ‘유럽 관문’ 초고층 빌딩·조형물 우뚝
마드리드 중심축인 그란비아 거리 |
마드리드 도심은 뚜벅이 여행의 천국이다. ‘빛의 풍경’은 동대문·남산, 스페인광장은 서대문, 솔 광장은 보신각, 마요르 광장은 명동~시청, 그란비아 거리는 임금이 행차하던 광화문대로~종로 쯤 되겠다.
1561년 영주들의 텃세가 심한 옛수도 똘레도를 벗어나 부국강병의 큰 꿈을 안고 마드리드에 신도시를 건설하려했던 펠리페2세와 후대왕들이 300여년간 역점을 둔 것은 그란비아 가도를 중심으로 한 문화도시의 건설이었다. 요즘과 비슷해진 19세기말에는 미국문화가 유행이어서 브로드웨이 컨셉트도 반영했다.
마드리드 대성당과 왕궁 |
▶스마트-에코 마드리드=시청이 있는 시벨레스 분수 광장에서 스페인 왕궁에 이르는 동~서 2㎞ 남짓 그란비아는 도심 동편 녹색지대이자 유네스코 유산인 ‘빛의 풍경’과 함께, 수도 계획의 밑그림이다.
삼성 갤럭시 광고판도 있는 이 거리의 건물 대부분은 주상복합이다. 방 한 칸에 7억원쯤 매매되는데, 글로벌 OTA를 통해 관광객 숙소로 내어주면 매일 20만원씩 번다. 삼거리에 있는 문화예술협회 건물은 그란비아 거리를 앵글에 담는 사진포인트이다. 그 앞에는 프랑스만화 ‘틴틴’에 나오는 빨간 로켓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동쪽 시벨레스(Cybeles)광장 가는 길목, 근엄한 중앙은행과 조폐국은 알고보면 세계적인 드라마 ‘종이의 집’ 중 은행 도둑들을 촬영한 곳이다.
마드리드 도심은 친환경 등록이 된 차를 우선 출입시킨다. 전기차, 하이브리드 차량이 우선이고, 실시간 체크되는 환경지수가 나쁠 경우, 화석연료 차량은 아예 진입 금지시키는 경보를 전파한다. 3년 후에는 완전히 친환경차만 들어오게끔 구시가지 보호 규제를 실시한다고 한다.
시벨레스 광장과 분수에선 손흥민 영입설도 들리는 레알마드리드가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홈구장서 스페인챔프, 유럽챔프를 거머쥐는 날 축하파티, 풍덩쇼가 벌어지고, 최근 의료노조가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는 등 민주주의 광장 역할도 한다.
마요르광장 |
▶열두번 재야의 종소리=스페인의 한복판은 태양을 뜻하는 솔(Sol)광장이다. 재야의 종소리 12번에 포도 12알을 먹으며 송구영신 하는 곳이다. ‘0㎞’ 기점 표식을 중심으로 10개의 도로가 사방으로 뻗어 하늘에서 보면 ‘땅 위의 태양 문양’ 같다. 마드리드 상징물이 된, ‘나무 타는 곰’ 동상은 인증샷 포인트라 늘 북적인다.
스페인관광청에 따르면, 송구영신 세레모니는 솔광장 시계탑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은 바로 옆, 마요르 광장에 펼쳐진다.
17세기 건물들로 둘러싸인 마요르 광장은 폭 94m, 길이 122m 직사각형으로 조성책임자인 펠리페 3세의 동상이 한복판에 서 있고, 광장을 둘러친 건물 벽에는 세르반테스 등 문호들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다. 즉위식, 투우, 미사, 사형장 등 다목적 기능을 했지만, 지금은 광장 안팎에 산미겔시장 등이 있어 글로벌 미식체험장이 됐다.
스페인 광장은 서울로 치면 서대문격이다. 마드리드를 구시가와 신시가로 나누는 경계다. 세르반테스가 사망한지 300년 되던 1916년, 창조주 세르반테스와 피조물 돈키호테-로시난테가 한 곳에 동행하듯 조각상으로 구현된 모습이 흥미롭다. 최근 이 광장에서는 스페인 식민지였던 아메리카 사람들 중 마드리드에 대대로 살고 있는 남미출신 시민들이 남미 문화와 음식을 나누는 대규모 바자회가 열리고 있었다.
스페인광장 바로 남쪽에 있는 왕궁은 원래 이슬람 지배세력들의 성채가 있던 곳으로, 펠리페 5세가 재위하던 18세기 중엽 루브르 궁전을 본 따 26년간 공사를 벌여 완성된 것이다. ‘ㅂ’형 건물 길이 131m이고 그 안에 2800개 방이 있다. 왕궁 옆 알무데나 대성당은 성베드로 성당을 닮아 장엄하다.
마요르광장 옆 산미겔시장 |
▶인상주의는 스페인이 일찍이 개척=서쪽 만사나레스 강변 프린시페 피오 언덕은 내전의 아픔을 간직한 곳인데, 지금은 석양맛집이다. 여기엔 특이하게도 이집트 신전(Temple of Debod)이 있다. 스페인이 1970년 아스완댐 건설을 도왔더니 이집트가 선물했고, 분해-조립-이건한 것이다. 프랑스-영국은 약탈했지만, 스페인과 미국은 감사의 선물을 받아 대조를 이룬다.
마드리드의 중심지 예술 산책로는 세계 최대, 최고의 회화미술관이자 ‘시녀들’를 전시하는 프라도뮤지엄, 피카소의 걸작 ‘게르니카’를 가진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1000여점의 작품을 갖고 있는 티센 보르세미사 미술관, 주먹도끼·호리병이 우리와 닮은 ‘국립 고고학 박물관’을 품는다. 인상주의 화풍이 스페인에서, 프랑스보다 100~200년 빨랐다는 증거도 있다.
도심 북쪽 신시가지 카스테야나 대로에 이르면, 초고층 4개 빌딩과 조형물이 예술작품처럼 우뚝 서있다. ‘유럽의 관문(Puerta de Europa)’이라는 제목으로 스마트 미래도시에 대한 희망을 표현했다.
온고지신(溫故知新), 신구 조화를 도모하면서 과학기술-문화예술 발전을 추구하는 스페인은 지금, 황금빛 미래를 향해 달리고 있다.
마드리드=함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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