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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시간 깔린 생존자 "마약? 모욕 말라…클럽직원, 기절할까 물뿌리고 울면서 필사 구조"
지난달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 호텔 부근 도로에 시민들이 몰려 있다. 이날 핼러윈 행사 중 인파가 넘어지면서 다수 사상자가 발생했다. [연합]

[헤럴드경제=민성기 기자] 이태원 참사 초기부터 1시간가량 깔렸다가 클럽 직원들의 도움으로 구조된 생존자가 희생자들에 대한 조롱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A씨는 지난 5일 트위터를 통해 "이태원 참사 초기부터 깔려 있다 구조된 생존자다. 이제야 정신이 들어 적어봅니다"라고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기 하루 전인 지난달 28일을 끝으로 글을 올리지 않았던 A씨는 약 10일 만에 자신의 소식을 전했다.

A씨에 따르면 그는 당시 친구들과 함께 오후 9시30분쯤 참사가 발생한 거리에 진입했다. 그는 사람들이 예년과 다르게 우측통행 질서를 지키지 않았다면서 양쪽에서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려는 사람들이 뒤엉켜 눌렸다고 했다.

A씨는 "그전 몇 년간도 사람이 많았지만, 모두 겪는 지옥철 딱 그 정도였다"며 "질서가 나름 유지됐기 때문에 사람이 많더라도 길 한중간에서 사람들끼리 사진 찍는 게 충분히 가능했다. 인기 많은 코스튬(의상)은 길가에서 줄 서서 찍을 정도였는데, 올해는 절대 아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A씨는 많은 인파에 지하철 마지막 차량도 놓칠 것 같다는 생각에 거리에서 빠져나오려고 했다.

[트위터 캡처]

A씨는 "마침 반대방향 사람들이 수월하게 가길래 저도 흐름 따라 방향을 바꿨고 그게 정확히 10시3분"이라며 "골목 앞에 도착해서 빠지는 순간 사람들에게 밀려 친구들 손을 놓쳤고, 그렇게 엉켜가다가 지하에 있는 클럽 입구에 사람 10명 정도가 뒤엉켜 쓰러져 있는 걸 봤다"고 했다.

이어 "클럽 직원들이 빼내려고 애쓰고 있었다. 사람들이 그 클럽으로 들어가려 했다거나 마약에 취해있던 게 아니었다"며 "양쪽이 다 벽이고 그곳이 트인 공간이라서 떠밀려 쓰러진 것뿐이다. 마약으로 모욕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 순간 A씨도 뒤에서 떠밀려 쓰러진 사람들 위로 반쯤 엎어졌고, 119에 신고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들었지만 또 다른 사람들이 넘어지면서 A씨를 덮쳤다. 그 뒤로 A씨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오른손을 조금 뻗어 깔려 있는 1시간 동안 손잡아달라는 움직임만 했다.

A씨는 "저도 심호흡하며 버티려 노력했지만, 심호흡할 만큼의 공간도 없었다. 얕은 호흡에만 집중하다 기절했다"며 "그러다 누군가 뿌려주는 물에 깼다. 클럽 직원들과 그 안 사람들이 쓰러진 사람들 기절하지 말라고 물 뿌리고, 바람 뿌려주고, 손잡아주고, 잠들지 말라고 소리치고 다들 울면서 필사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몇십분간 의식을 잃지 않기 위해 버틴 A씨는 구조됐으며 아직 입원 중이다. 그는 "이제야 정신 차렸는데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사건과 해당 지하클럽에 대해 오해하지 않길 바라서, 고인에 대해 모욕하지 않길 바라서, 당장 당신의 지인 중에도 당사자가 있음을 알리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는 클럽 직원들의 트라우마도 걱정했다.

A씨는 "확실한 건 저보다 그분들의 트라우마가 훨씬 심할 것 같다. 저는 깔려서 그분들 얼굴과 다른 사람의 손만 봤지만, 그분들의 시야에는 계단부터 천장까지 꽉 찬 사람들의 머리와 자기만을 향해 뻗는 팔과 눈뿐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손을 놓쳐 헤어졌던 친구들도 클럽 직원들이 깔리기 전에 구해서 안으로 들여보내 줬다고 한다. 클럽 직원분들의 심리치료를 제일 바란다"고 덧붙였다.

A씨는 "사상자와 구조자 모두 처절했고 절망스러웠고 필사적으로 절규했다. 더 이상의 조롱은 없길 바란다. 이전에 조롱했던 분들도 본인의 글을 다시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란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min365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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