ℓ당 3000원에 근접한 선에서 결정
“수입 멸균 우유 쓸 수도 없고” 자영업자 고민
지난 6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우유를 구매하는 시민. [연합] |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올해 원유 가격 인상 폭이 리터(ℓ)당 52원으로 결정된 가운데 이달부터 흰우유 가격이 오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아이스크림·빵·카페라떼 등 가격도 연쇄적으로 오르는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될 조짐이다.
7일 헤럴드취재를 종합하면 유업계는 이달 흰우유 가격 인상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원유값 조정 협상이 길어지면서 지난 8월부터 적용됐어야 할 가격 인상이 상당 기간 반영되지 않은 만큼, 더 이상 시간을 끌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흰우유의 구체적인 인상폭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ℓ당 3000원에 근접한 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통상 원윳값 인상분의 10배가 소비자 가격에 적용된다. 이에 따라 52원이 오른 올해는 약 500원 안팎의 인상 요인이 발생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에 부딪힐 수 있는 만큼 흰우유 가격이 ℓ당 3000원을 상회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원유 가격뿐 아니라 인건비, 물류비와 환율에 따른 원가 상승의 부담이 크다”며 “올해 원유 가격도 소급적용되어 유업체가 그동안 인상분을 감내한 만큼 인상시기를 늦출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흰우유 가격 인상이 예고된 만큼 우유를 이용한 빵과 커피, 아이스크림 등 우유를 사용하는 식품의 가격도 줄줄이 오를 전망이다. 지난해 우유 가격이 한 차례 오르자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등 커피전문점이 가격을 올린 바 있다.
개인 커피전문점, 빵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졌다. 빵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달걀, 밀가루 등 가격이 오른 데다가 우유 마저 오른다는 소식에 “팔아도 남는 게 없다”는 소리가 나온다.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도 현재 1ℓ에 2000원대인 커피 전용 우유의 납품가가 오를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A(34)씨는 “우유뿐 아니라 버터, 치즈 등 유가공제품 대부분이 쓰이는데 앞으로 가격이 더 오른다고 하니 착잡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손님들이 빵값이 비싸다고 하는 마당에 가격을 더 올릴 수 있을지 고민이다”며 한숨을 쉬었다. A씨의 가게를 비롯한 이 근처 베이커리에서는 식빵 4000원, 크루아상 등이 3500원으로 3000원 이하인 빵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가격이 올랐다.
국산 우유보다 값이 저렴한 수입산 멸균 우유로 대체하려는 자영업자들도 늘고 있다. 그러나. 기존에 사용하던 우유와 맛의 차이가 나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최모(35)씨는 “멸균 우유를 쓰기도 한다는데 맛이 연하고 차이가 나서 바꾸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라떼 메뉴 대신 차나 다른 메뉴를 고민해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낙농진흥회는 우유 원유 기본가격을 ℓ당 999원으로 올리기로 결정했다. 기본 가격은 ℓ당 49원 으로 올랐으나 원유가 인상이 늦게 결정된 점을 고려해 ℓ당 3원을 추가로 지급하기로 해 실질적으로는 ℓ당 52원 오르게 됐다. 내년 1월부터는 ℓ당 49원 인상된 기본 가격이 음용유용 원유에 적용된다. 가공유 가격은 음용유보다 낮은 ℓ당 800원으로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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