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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정치가 시장을 망칠 때

삶이 너저분하다. 부스럭, 낙엽 밟는 소리가 덧없이 또 세월이 갔음을 알려줘서만은 아니다. 마음은 급한데 옴짝달싹 못하는 무력감이 배회하고 있다. ‘삶이 그저 기나긴 슬픔이요 고생임을, 아침에 일어나고 저녁에 눕는 삶... 세상은 수월하지도 아늑하지도 않았다’라던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등대로) 속 인생이 사무친다. 구태여 핑곗거리를 찾자면 정치다. ‘내일은 나아지겠지’라고 믿고 살 수 있게 대신 비전을 맡긴 영역인데 작동 불능 상태다. 번듯하길 바란 적도 없지만 정치가 구질구질하다. 국내외 불문이다. 욕심 혹은 무지 탓이다.

중국 자본시장에선 지난주 6조달러가 날아갔다. 3연임을 확정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발(發) 파장이다. 미국 매체 블룸버그든,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든 시장이 붕괴한 원인을 같은 결로 분석했다. 측근만 포진시킨 중국 권력 중심부의 우선순위는 시장이 아닌 중국 공산당이라는 시각이다. 권력욕이 강한 시 주석이 중국에 자본을 끌어들이기보단 이념을 앞세울 것이라는 관측 때문에 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여기저기에서 침체의 증거가 보이기에 중국의 권위주의 모델이 고속성장을 지속시킬 수 없다는 예상도 나온다.

중국의 처지는 그래도 양반이다. 실탄 두둑한 외국 투자자로선 막대한 내수시장을 가진 중국을 외면하기 힘들고, 시 주석이 ‘제로 코로나’정책만 느슨하게 해도 경제가 힘을 받을 여지가 있어서다. 무엇보다 시 주석의 중국은 상황에 끌려다니지 않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그들만의 템포를 밟겠다는 자존심은 있다.

우리나라의 정치·정치인은 이도 저도 아니다. 김진태 강원지사발 ‘레고랜드 사태’가 그들의 무감각을 까발렸다. 지급보증 철회가 국내 채권시장에 어떤 메시지를 주는 건지 몰랐다. 자금시장은 초주검이 됐고, 얼마나 많은 기업이 도산할지 모를 벼랑 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끌어 무려 80분간 생중계된 ‘비상경제민생회의’는 그 벼랑이 우리 경제 발 끝까지 와 있는 상황에서 열렸다. 뭐가 비상회의냐, 한가했다는 지적이 이미 빗발쳤으니 더 말을 보탤 생각은 없다. 다만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부터 조급해 하고 경직돼 있다는 점은 짚겠다. 그 회의에서 ‘쇼하지 말라’던 윤 대통령의 주문부터 전임 정부와 차별화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 그러나 회의는 짜인 각본대로 각 부처장관이 사전에 준비한 자료를 읽는 수준이었다. 흔들리는 금융시장에 대한 혜안 있는 대책까진 아니더라도 구두개입으로 안전장치를 심어줄 순 있지 않을까 했는데, 헛된 기대였다.

취임 초부터 국정수행 능력에 의심을 샀던 윤석열 정권으로선 위기 때 뭐라도 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겠지만 블록버스터 영화에 출연한 엑스트라가 겉으론 웃지만 실수할까 두려워 로봇처럼 딱딱하게 연기를 한 꼴이었다.

정권으로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태원 압사 참사’가 발생했다. 안전대책 미비가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꿈틀댄다. 가뜩이나 경직된 정권인데 이 참사가 정치적 공세 수단으로 변하지 않게 정치를 더 권위적으로 할까 우려한다. 내각·청와대 참모만으론 박수받는 ‘윤석열식 스탠스’를 정립하기 버겁다면 민간의 아이디어를 수렴해야 한다. 나라와 경제가 어수선해도 리더에게선 조급한 티가 나선 안 된다. 시장은 그런 틈을 놓치지 않는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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