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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년원 수감자 98%, 정신과 진료 필요”
77주년 맞은 ‘교정의 날’ 현주소
김현수 한양대 명지병원 교수
1년간 소년범 700명 대면상담
“교정 위해 치료가 먼저” 가치관
“대물림 빈곤·장애 범죄 큰 연관
시설내 치료전담 시설 부족 여전
촉법 연령하향? 인프라가 먼저”

“미평여자학교(청주소년원) 수감 청소년이 100명, 그중 98명은 정신과 진료가 필요했습니다.”

제77주년 교정의 날인 28일 헤럴드경제와 만난 김현수(사진) 한양대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018년 청주소년원에서 진료를 맡았던 경험을 이렇게 회상했다. 김 교수는 1992년 김천소년교도소에서 감기 등 신체질환을 진료하는 공중보건의사로 근무를 시작했다.

김천교도소는 만 14세 이상 청소년들이 형사처분을 받으면 수용되는 전국 유일 소년교도소다. 이곳에서 김 교수는 1년 동안 700여명에 달하는 소년범을 만나며, 이들을 제대로 ‘교정’하기 위해선 ‘치료’가 먼저란 가치관을 정립하게 됐다.

김 교수는 “처음엔 단순히 ‘나쁜 아이들’로만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며 “지적장애를 앓아 문제해결능력이 부족하거나, 가정에서 보호 받지 못해 우울증을 앓는 비행청소년들을 봤다”고 말했다.

이후 2000년 정신과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한 김 교수는 2018년에는 청주소년원에서 본격적으로 청소년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정신질환 상담을 진행했다. 김 교수는 “가장 많았던 사례는 자신들의 처지를 비관하는 수감자들의 자해였다”며 “아동학대 혹은 따돌림을 당하면서 일탈의 길로 빠져 마약을 하거나, 성매매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물림되는 빈곤과 치료받지 못하는 장애가 소년범죄와 큰 연관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소년범들의 정신질환 문제는 통계로도 드러난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소년원에 수용된 보호소년 739명 중 28명(32.2%)은 정신질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대적 반항장애’ 42.4%, ‘신경발달장애가 14.3% 등이었다.

전국 소년교정시설에 최소한의 정신질환 치료여건이 마련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2016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정신질환 소년범 치료전담 시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뒤다. 이후 이듬해인 2017년부터 논의가 시작, 전담시설이 마련되진 않았지만 2018년부터 전국 소년교정시설에 정신과 전문의가 배치됐다.

그러나 이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김 교수의 의견이다. 특히 최근 법무부가 촉법소년 기준 연령 상한을 만 14세에서 만 13세로 낮추겠다고 밝힌 상황에선 치료 인프라 확대가 더욱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소년교정시설 과밀수용 문제는 수차례 지적돼온 문제다. 촉법소년 연령하한으로 형사처분을 받는 소년범이 더욱 늘어난다면, 소년교도소의 교화 기능이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지금도 자해를 하거나, 조현병을 가진 소년범들이 섞여 있어 서로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의사만 배치할 게 아니라 사회복지사, 심리상담사까지 ‘팀’ 단위로 배치돼야 제대로 치료가 가능하다”며 “분노조절 프로그램 등 체계적 치료가 필요한데, 현재로선 단순 진료와 약물처방에 그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선 정신질환 소년범에 대한 체계적 지원이 비교적 흔하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대표적으로 일본에서는 전문의료소년원을 4곳 운영하고 있으며, 이중 교토의료소년원의 경우 정신과 의사 3명을 비롯해 의사 9명이 상근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김 교수는 성인범과 비교해 소년범에게 더욱 세심한 치료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선 “소년은 자신의 삶을 마음대로 꾸릴 수가 없다”며 “교육과 돌봄의 공백이 큰 원인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소년의 범죄는 소년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혜원 기자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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