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탱크 ‘발다이 클럽’ 약 3시간반 발언
“韓, 무기 보낼 계획 알아” 지목ㆍ경고
우크라에 핵 공격, 불필요ㆍ무의미 주장
“상황, 쿠바 미사일 위기처럼 발전 안해”
“시진핑 가까운 친구…모든 분야 협력”
“제재 압력 두렵지 않아 자유의 공간 창출”
G20정상회의엔 “아마 갈 것” 참석 가능성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면 한·러시아 관계가 파탄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 관영매체 리아노보스티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열린 싱크탱크 ‘발다이 클럽’의 국제관계 포럼에서 3시간반 넘는 발언을 통해 “러시아는 한국이 무기와 탄약을 우크라이나에 보낼 계획을 알고 있다”며 “이는 한국과 러시아 관계를 파괴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 정부는 방탄 헬멧, 천막, 모포, 의료품 등 군수·의료물자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했지만 살상 무기는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는데 푸틴 대통령이 한국을 지목해 경고한 건 이례적이다.
그는 “이 분야(무기 제공)에서 북한과 협력을 재개한다는 사실에 한국은 어떻게 반응할 건가. 기쁠 건가. 이것에 관심을 갖길 요청한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 핵 문제와 관련, 대화를 꺼리고 북한에 대한 야비한 태도가 문제라며 미국이 핵 합의 막판에 입장을 바꿔 북한에 제재를 가했다고 비판한 뒤 한국을 거론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계획이 없다고 부인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린 핵무기 사용에 대해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면서 “러시아는 단지 서방의 도발적인 발언에 대해 ‘힌트’로만 답했을 뿐”이라고 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에 대한 핵 공격은 필요치 않다. 정치적이든 군사적이든 아무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더티 밤(재래식 폭탄에 방사성 물질을 넣은 방사능 무기)’을 준비하고 있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기도 했다.
그는 상황은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와 같은 위기로 발전하지 않을 것이며, 러시아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문제 해결법과 관련해선 “마지막 말은 워싱턴의 정책 실행자들에게 달려 있다”면서 “입장을 바꾸고,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적절한 신호를 우크라이나에 보내면 이 문제를 푸는 건 매우 쉽다”고 했다.
그는 지난 1년간 실망스러운 점이 있었냐는 질문에 “아니다(No)”라고 짧게 답했다. 우크라이나에서 목숨을 잃은 러시아인에 대해 항상 생각한다면서다. 계획대로 작전이 진행되고 있느냐고 하자,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목표(돈바스 시민 보호)는 변하지 않았다”고 했다. 미 백악관은 푸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새로운 건 아니고, 그의 전략적 목표는 변화하지 않았다는 걸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인도 등 아시아 국가와 협력을 언급, 세계 질서의 재편을 주장했다.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가까운 친구’라고 부르며 러시아와 중국은 군사·군사기술 분야를 포함해 모든 영역에서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군사작전 계획을 시 주석에게 말하지 않았다며 “우린 그럴 필요가 없고, 주권적 결정을 내린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대만에 대해선 “의심의 여지없이 중화인민공화국의 불가분의 일부다. 항상 이 입장을 고수했고, 변함이 없다”고 했다. 그는 지난 8월 대만을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을 ‘할머니’로 지칭, “왜 미국의 할머니가 대만을 방문해 중국을 도발하나. 미국이 중국과 관계를 망치는 건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원유 감산 문제로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사우디라아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에 대해 “존중 받아야 한다”며 “사우디아라비아의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가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인도에 대해선 “국제 문제에서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이 가하고 있는 제재에 대해선 “압력을 두려워 하지 않고 가장 다양한 지역간 경제적 유대를 자유롭게 발전시킬 수 있는 자유의 공간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달 15~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관련해선 “아마 나는 갈 것”이라며 참석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