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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기름값 생각해도 심야택시비보다 대리비가 낫다?”
# 평소 대중교통으로 출근하는 직장인 이모(37) 씨는 저녁회식이 잡히는 날마다 오히려 자차를 끌고 나간다. 심야택시대란에 밤 10시만 넘어도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이기 때문이다. 이씨는 “밤 11시만 돼도 대형 택시나 프리미엄 택시를 잡아야 하는데 그럼 6만~7만원은 지불해야 한다”면서 “반면 대리운전은 ‘불금’이어도 3만5000원 안팎이면 30분 내로 잡혀서, 대리를 부르는 게 훨씬 낫다”고 말했다.
좀처럼 해결될 줄 모르는 심야택시대란에, 서울 택시요금 인상까지 예고되며 ‘탈택시’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고금리, 물가상승 여파로 대리기사 ‘부업’에 뛰어든 이들이 늘어남에 따라 대리비 단가가 낮아지며, 택시 대신 대리운전을 호출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귀한 몸’ 택시가 승객들에게 되레 외면받는 모양새다.
[카카오 홈페이지 캡처] |
27일 모바일 데이터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카카오T 대리기사용 애플리케이션(앱) 활성기기 대수가 34만6717대(안드로이드+iOS)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달(32만2616대)과 비교하면 1만4000대, 2년 전 같은 달(30만8693대)과 비교하면 4만대가량 늘어난 수치다.
대리기사용 앱 활성기기 대수가 해마다 가파르게 느는 배경에는 경제불황으로 인한 ‘N잡러’ 증가가 자리 잡고 있다. 대리운전은 배달대행과 더불어 코로나19 확산 이후 수입이 줄어든 자영업자, 프리랜서, 직장인 등이 가장 많이 뛰어든 시장으로 꼽힌다.
특히 최근에는 금리인상, 물가상승 등의 이유로 대리기사 수가 더 늘어나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대리기사 사이에서는 “콜 단가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하소연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오히려 승객들에게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들어 심야택시 잡기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가 되며 택시를 잡는 것보다는 대리기사를 부르는 게 시간이나 비용 면에서 여러모로 낫다는 분위기다.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A씨는 “술 약속이 있어도 대리를 부르는 게 훨씬 빠르고, 프리미엄 택시랑 비교하면 오히려 가격적인 면에서도 더 쌀 때가 있어서 이젠 대리만 부른다”고 말했다.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또 다른 직장인 B씨는 “내년에 택시비 인상되면 더더욱 심야택시를 탈 이유가 사라지지 않겠나”고 말했다.
탈택시 움직임에 공유자전거 활성기기 대수도 늘었다. 지난달 기준 218만2992대를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달(206만3084대)보다 12만대 늘었다.
반면 택시기사용 애플리케이션 활성기기 대수는 해마다 급감하는 양상이다. 지난 2020년 9월만 하더라도 23만4571대에 달했지만 2021년 9월 20만7723대로 줄더니 올해 9월엔 19만6109대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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