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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풍질 조사부터 어민보상까지…‘공공주도 입지 개발’로 갈등 푼다 [비즈360]
풍력발전 보급촉진 특별법안
‘원스톱숍’ 모델 덴마크
정부가 해상풍력 입지 선정 후
경쟁입찰 통해 개발사도 참여
소렌 헤테브뢰게 한센(Søren Hetebrügge Hansen) 덴마크에너지청(DEA) 고문. 주소현 기자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국내 재생에너지 중에서도 유독 해상풍력발전 보급은 진척이 더디다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바다라는 공간의 특성상 대규모 발전이 가능하기는 하나, 부지를 선정하는 단계에서 군사 및 어업,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환경적 요소까지 고려할 사항이 많기 때문이다.

이같은 여러 업계와 부처의 이해관계가 얽힌 복잡한 인허가 과정을 간소화하자는 취지로 ‘풍력발전 보급촉진 특별법’, 이른바 ‘원스톱숍’ 법안이 지난해 5월 발의됐으나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황이다. 이 법안의 모델인 덴마크에서는 창구를 하나로 일원화하는 ‘원스톱숍’에 더해 입지 개발 단계부터 정부가 주도하는 ‘텐더’ 입찰 방식이 해상풍력 사업의 속도를 내는 데 유효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29일 만난 덴마크에너지청(DEA)의 소렌 헤테브뢰게 한센(Søren Hetebrügge Hansen) 고문은 “해상풍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리스크 저감’”이라며 “리스크를 줄여가는 과정의 결과물이 원스톱숍 제도고, 인허가의 모든 과정을 조율해주는 기관이 에너지청”이라고 설명했다.

덴마크에서도 해상풍력 단지가 운영에 들어가기까지 해양부, 항구관청, 송전사업자, 문화부 등 약 9개 관계기관 및 부처와 소통해야 해, 7개 기관에 인허가가 흩어져 있는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이 과정에서 에너지청이 투명하고 매끄러운 합의를 주도함으로써 개발사와 여러 유관 부처들의 상호 신뢰도를 높이고 인허가를 받기까지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덴마크는 해상풍력 단지를 건설할 입지 자체를 공공주도로 개발하는 ‘텐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에너지청에서 3단계에 걸쳐 해저 환경 및 제반환경, 풍질, 전력망 등을 조사하고 발전단가를 추산해 최적의 입지를 선정한 후에, 경쟁 입찰을 통해 개발사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메테 크레메르 부크(Mette Cramer Buch) 수석 고문은 “개발사들은 입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발전단지 운영 상 고려사항이나 기술적인 조언 등만 할 수 있다”며 “입찰을 통해 선정된 개발사는 에너지청에서 제시한 입지 중 최적인 70~80%를 가려내서 최종적으로 해상풍력 단지를 건설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발전사가 풍황을 계측하고, 지역 주민 및 어민과의 협의, 계통연계, 해양환경조사 등을 통해 입지를 발굴해 사업타당성을 검토 받아야 발전사업 허가를 내준다. 이후에도 발전단지를 세부적으로 설계하면서 문화재지표조사(문화재청), 해역이용협의 및 해상교통안전진단(해양수산부), 공유수면 점사용허가(국토부 및 지방 항만청), 군 작전성 검토(국방부) 등을 각 관계기관에서 허가받아야 한다. 어민들과의 세부적인 보상협의도 발전사의 몫이다.

이에 따라 해상풍력 단지 하나를 짓는 데 드는 기간은 무한정 늘어나고, 공사 기간이 늘어나면서 건설 비용도 증가해 발전단가(LCOE)도 올라가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실제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1년 이후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풍력발전 사업은 321건인데 이중 실제 발전이 진행되는 곳은 47건(14.6%)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상풍력으로만 좁히면 지금까지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65건 중 단 2건만 운영되고 있다.

올레 룬베어 라르센 (Ole Lundberg Larsen) 덴마크어민협회 어민정책 및 지속가능성 부회장. 주소현 기자

개발 기간뿐 아니라 입지 선정을 두고 벌어지는 갈등 및 책임 소재에서도 개발사들이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 수협 해상풍력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해상풍력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68곳(8월 기준) 중 64곳(94%)이 해양수산부가 고시한 어업활동보호구역에 자리 잡았다. 한국에서는 한정된 해양구역을 두고 개발사와 어민들이 다툴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덴마크에서는 에너지청에서 입지를 선정하기 때문에 발전사와 어민들이 부딪힐 일이 없다는 설명이다. 올레 룬베어 라르센 (Ole Lundberg Larsen) 덴마크어민협회 어민정책 및 지속가능성 부회장은 “덴마크어민협회는 부지 선정과 보상안에 가장 집중한다”면서도 일단 부지가 선정되기 전에 모든 합의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에너지청의 한센 고문은 “정부에서 사전조사를 최대한 수행하고 많은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상충될 수 있는 이해관계를 사전에 해결하기 때문에 해상풍력 단지 개발이 일단 시작되면 지속성이 보장된다”며 “해상풍력의 키워드는 공생”이라고 강조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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