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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부실사업에 무책임한 디폴트선언이 불러온 금융 불안

참으로 황당한 금융불안이다. 그야말로 예상치 못한 블랙스완이다. 최근 자본시장은 은행채 발행이 안되고 우량 기업의 회사채 금리가 치솟는 돈맥경화 상황이다.

사태는 강원도가 테마파크 ‘레고랜드’의 빚 보증 이행을 거부하면서 벌어졌다. 벌써 지난달 말의 일이다. 춘천 레고랜드가 부실 사업인 건 주지의 사실이다. 지난 2013년 강원도와 영국 멀린그룹이 의욕적으로 시작했지만 근 10년이 걸려 지난 5월에야 문을 열었다. 건설지에 유적이 발견되면서 사업이 지연됐고 잦은 계획변경으로 개장 시기를 7차례나 연기했다. 자금 부족은 극심해졌고 시행사인 강원중도개발공사(GJC)가 특수목적법인(SPC)을 내세워 발행했던 자산유동화증권(2050억원)의 만기가 되자 빚보증을 선 강원도가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했다. 강원도는 법원에 GJC의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고 레고랜드를 팔아 빚을 갚겠다지만 채권자들의 불안과 의문은 여전하다. GJC는 결국 지난 4일 최종 부도 처리됐다.

정부나 마찬가지인 지방자치단체의 디폴트 선언이 자본시장에 미친 영향은 컸다. 강원도를 믿고 돈을 빌려준 금융사들은 고객들의 환매 요청에 대응하느라 보유 채권을 마구 내다팔았다. 안 그래도 강한 금리인상 기조에 떨어지던 채권 가격은 더 추락했고 거래마저 줄었다. 돈 가뭄은 점점 심해졌다. 한 지방은행은 1000억원의 채권 발행에 나섰다가 400억원도 마련하지 못했다. 수요조사를 하던 우량기업들도 투자 반응이 없어 채권 발행을 포기하기 일쑤다. 그나마 발행에 성공해도 금리가 5%를 넘는다. 트리플 A기업으로선 거의 수모에 가깝다. 회사채 발행계획을 접고 유상증자로 돌아서는 기업도 생겼다.

상황이 이쯤 되니 20일엔 급기야 금융위원회가 채권안정펀드 1조6000억원을 풀고 코로나19로 낮췄던 은행 유동성 커버리지비율(LCR)의 정상화 유예 조치를 발표하는 등 긴급 처방에 나섰다. LCR을 낮추면 은행채 발생 수요가 줄어 회사채 시장에 숨통이 트인다. 금융위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시장으로까지 시장불안이 확산되지 않도록 필요시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조속히 마련할 예정”이라는 안정대책까지 내놨다.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을 고려하면 시의적절한 조치다.

문제는 뻔한 부실 사업의 당연한 부도에도 시장이 이처럼 발작에 가까운 반응을 보인다는 점이다. 강원도의 무책임한 디폴프 선언만 탓할 일이 아니다. 그만큼 시장심리가 불안하다. 모든 기업이 만기 채권의 차환 발행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금융당국의 추가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실기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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