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침묵, 선택지 아냐”…중러 “제재, 안보 담보 못해”
北,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가 도발…“안보리 부당, 강력 규탄”
군사적 대응 지속·실질 제재 조치 요원…외교적 해법은 난망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5일(현지시간)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도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됐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산회했다. 안보리 회의 후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오른쪽)가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가운데)와 이시카네 기미히로(石兼公博) 주유엔 일본대사와 함께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장외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공동성명에는 한미일 외에 알바니아, 브라질, 프랑스, 인도, 아일랜드, 노르웨이, 아랍에미리트, 영국 등이 동참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이 동북아시아와 국제사회에서 한국·미국·일본과 북한·중국·러시아간 대치 전선을 더욱 격화시키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열렸으나 중국·러시아의 반대로 대북 규탄이나 제재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종료됐다. 강경 압박 카드인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응이 중러의 반대로 잇따라 불발, 유명무실해지면서 ‘핵보유국’에 마침표를 향하는 북한을 막을 실질적인 수단이 무력해진 상황이다.
지난 4일 북한이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하자 이를 규탄하기 위해 미국이 5일(현지시간) 소집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결론 없이 끝나면서 공동성명 채택도 불발됐다.
이번 공개회의에서 한미일과 서방 국가들은 대북 제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중러를 겨냥하며 북한의 거듭된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촉구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한마디로 안보리의 두 상임 이사국이 김정은의 행동을 가능하게 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안보리가 북한의 나쁜 행동에 대해 단합된 목소리를 내는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고 지적, 결의안 추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회의에 ‘이해당사국’ 자격으로 참석한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도 “안보리의 침묵에 대해 북한은 미사일로 답했다”며 중러의 거부권을 비판했고, 이시카네 기미히로(石兼公博) 주유엔 일본대사도 북한이 일본 상공을 지나 쏘아 올린 IRBM을 언급하며 “침묵은 선택지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중러는 북한의 도발을 미국의 책임으로 돌리며 대북 추가제재만이 답이 아니라고 방어했다. 겅솽(耿爽) 주유엔 중국 부대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연합군사훈련 전후로 일어났다며 “긴장 고조와 계산 착오로 이어질 수 있는 어떠한 행동도 자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화 재개를 위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미국이 북한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우려에 진지하게 대응하는 구체적인 조치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안나 에브스티그니바 러시아 차석대사도 한미일 지도자들이 “핵을 포함한 미국의 억지 수단을 한반도와 그 지역에 배치하는 것에 관해 무책임한 말을 쏟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재가 동북아 안보를 담보할 수 없다는 사실이 매우 분명해졌다”며 “대북 추가제재 도입은 막다른 길로 향할 뿐”이라며 추가제재를 반대했다.
공개발언 후 진행된 비공개회의에서 북한 미사일 문제를 추가 논의했으나 신규 결의 추진은 물론, 공동성명 채택도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한미일과 영국, 프랑스 등 이사국은 회의 후 장외 규탄성명을 별도로 발표해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며 이는 복수의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미국을 포함해 함께하는 나라들은 외교에 전념하면서, 북한에 대화 복귀를 촉구한다”며 “그러나 북한이 국제 비확산 체제를 흔들고 국제사회에 위협을 계속한다면 우리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북한은 유엔 안보리가 소집된 상황에서도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추가로 발사하며 도발을 지속했다. 북한은 이날 외무성 명의의 전보문을 통해 미사일 도발이 한미연합훈련에 대응조치라며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 부당하게 끌고 간 데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중러의 문턱을 넘지 못해 추가 대북제재 결의가 무산되고, 공동성명도 채택하지 못해 유엔 안보리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지면서 실질적인 제재 수단은 마땅하지 않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며 핵·미사일 개발 자금줄을 차단하는 등 독자제재 카드를 꺼내고 있지만, 대중국 경제의존도가 이미 2018년 95.6%로 증가한 북한에 얼마큼 실질적으로 압박을 가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결국 중국이 관건이지만 오는 16일 시작하는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앞두고 지도부가 극도로 민감한 시기다. 북한의 도발에 한미일이 군사적 대응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유엔 안보리를 비롯해 외교적 해법마저 요원하다. 한 전문가는 “유엔 안보리 추가 제재도 중러의 거부로 어렵고 한미도 매번 대응 미사일을 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북한은 물러서지 않고 법령에서 밝힌 대로 핵보유국 기정사실화에 마침표를 찍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