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 안된 발언, 기정사실화”…라디오서 적극 해명
‘이 XX’엔 “본질 아냐” 회피…‘허위 보도’ 의혹에 집중
“野 의미”→“野 지목 아냐” 해명 뒤집고 언론에 화살도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순방기간 불거진 이른바 ‘비속어 논란’이 식을 줄 모른다. 윤 대통령이 “사실과 다른 보도”라고 일축하고 ‘진상 규명’을 언급하면서 대통령실 역시 본격적인 ‘강공 모드’에 돌입한 분위기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전혀 하지 않은 발언이 보도되고 자막화 돼서 반복 재생됐다. 굉장한 동맹 훼손 시도”라며 강도 높은 비난을 내놨다. 동시에 “비속어 자체가 본질은 아니다”라고 논란을 회피했다. 사건 이후 약 13시간 만에 이뤄진 첫 번째 해명과는 다소 달라진 기류다. 발언의 실체와 유출 경위 등을 놓고 정치권 공방이 거세지면서 향후 정국은 한층 더 냉각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박진 외교부 장관의 해임건의안 발의를 꺼내 들었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2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은) 바이든은 아닌게 분명하다.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서 여러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했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먼저 ‘바이든을 얘기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며 “국회라는 표현도 미국은 다 의회라고 한다. 대통령이 미국을 상대로 국회라는 표현, 바이든이라는 표현을 쓸리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사적채용 논란 당시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라디오에 출연한 일은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대통령의 입’ 역할을 하는 대변인실에서 라디오에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실이 한층 더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의 발언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 회의’에서 포착됐다. 윤 대통령이 행사장을 빠져나오며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하는 듯한 모습이 영상에 잡힌 것이다. 파문이 커지자 김은혜 홍보수석은 발언 약 15시간 만에 ‘바이든’이 아닌 ‘날리면’으로, 미국 의회가 아닌 우리 국회의 거대 야당(민주당)을 향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이 26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 |
이 부대변인은 “음성분석 전문가도 특정할 수 없는 단어를 일부 언론에서 특정을 했는데, 그 특정한 문장이 누가 봐도 동맹관계를 훼손하고 동맹을 마치 조롱하는 듯한 뉘앙스의 문장”이라며 “그것이 급속도로 외신을 통해 퍼져나가고 일부 매체는 미국 측에 입장을 물어보는 이런 과정들이 동맹을 위태롭게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 중 ‘이 XX’란 표현에 대해서는 “만약 비속어가 이 논란의 본질이라면 대통령이 유감 표명이든 그 이상이든 주저할 이유도 없고 주저해서도 안된다”면서도 “저희가 심각성을 갖고 있는 건 비속어 논란이 아니다”고 했다. 이 부대변인은 “순방외교의 현장에서 대통령이 하지도 않은, 있지도 않은 발언을, 우리의 최우방 동맹국을 폄훼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기정사실화되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는 전날 대통령실 관계자가 기자들과 만나 “‘이 XX’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고 한데 이은 것이다. 당시 현지 해명브리핑에서 김 수석이 “개인적으로 오가는 듯한 거친 표현에 대해 느끼는 국민들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이 XX’에 대해 우회적으로 인정한 것과도 대조적이다. 비속어 자체보다는 ‘바이든’ 발언의 진위여부에 집중함으로써 ‘허위보도’ 의혹을 부각시키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은 전날 윤 대통령의 발언이 민주당을 겨냥한 것이라는 김 수석의 현지 설명과 달리 “야당을 지목한 것이 아니다”고 달라진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또, 관련 해명이 13시간 이상 흐른 후에 나온데 대해서도 “만약 모두가 사실이 무엇인지 기다렸다면 그런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며 “13시간 이후에 해명한 것이 아니라 아까운 순방기간 13시간을 허비한 것”이라며 언론에 책임을 돌렸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입장이 달라진 적은 없다”며 “상황을 계속 가파르게 가져갈 수는 없으니 한국 국회라는 의미를 봐달라는 취지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수석이) 거친 표현이라고 한 것도 ‘이 XX’를 직접적으로 지칭한 것은 아니다”며 ‘X팔리다’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표현에 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