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5개사 중 유일하게 임단협 마무리 못 지어
전기차 구매 할인 대상 두고도 노사 간 평행선
현대자동차·기아 서울 양재동 사옥. [현대차 제공] |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기아 노사가 올해 단체협약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단협 잠정합의안이 지난 2일 부결된 이후 약 3주 만에 노사가 다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지만, 입장차만 확인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사는 지난 22일 경기 광명 소하리공장 본관에서 11차 본 교섭을 진행했다. 이날 교섭은 사측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업계에선 기아를 제외한 국내 완성차 업체가 모두 무분규로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한 만큼, 기아 역시 추석 전 재협상안을 도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협상 타결까지 시간이 지연되고 있다. 전날 교섭에서도 노사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다.
노조는 “사측이 교섭을 요청한 만큼 전향적인 안이 나오길 기대했지만, 사측은 교섭을 끝낼 의지가 없고, 오히려 현장과 노조를 우롱하는 변명을 내놨다”고 주장했다.
올해 기아 임단협은 노사가 지난달 30일 열린 10차 본교섭에서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며 무리 없이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기대와는 달랐다.
조합원 투표 결과 임금(월 9만8000원 기본급 인상) 및 성과급(300%+550만 원) 등의 내용을 담은 임협안은 가결됐지만, 단협안이 부결됐기 때문이다.
조합원이 단협안에 반대표를 던진 주된 이유로는 ‘정년퇴직자 할인제도 축소’가 꼽힌다.
기아는 25년 이상 근무한 사원에 명예 사원증을 지급한다. 이 직원은 2년에 한 번 자사 차량 구매 시 30%의 할인을 받는다. 연령 제한이 없어 해당 직원이 사망할 때까지 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신차를 할인된 가격에 받아 2년을 타다가 중고차로 팔아도 이득이니, 퇴직자들은 2년마다 차를 바꾸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단협에서 사측은 연령을 만 75세까지로 정하고, 주기를 3년으로 조정하자고 제안했다. 할인 폭도 차값의 25%로 낮췄다. 대신 임금피크제에 따라 59세 근로자 기본급의 90%를 주던 60세(정년) 임금을 95%로 올렸다.
사측은 “그룹사 최초로 임금피크제를 조정하는 등 지난 10년간 하지 못했던 단협안을 어렵게 만들었다”며 “국민 정서에 반하는 신차 할인 제도를 노조가 지속해서 요구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또 사측은 전기차 구매와 관련해서 사측은 재직자에 우선 할인을 적용하고, 정년퇴직자는 추후 상황을 고려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하지만 노조는 재직자와 정년퇴직자를 동일시해야 한다고 버티고 있다.
업계에선 고참 사원이 다수인 기아의 인력 구성상 퇴직자 신차 할인 제도에 대한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기아 국내 임직원 중 50세 이상은 1만8874명이다. 전체 임직원(3만4014명)의 절반이 넘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들에게 무한정으로 신차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면 회사가 손실을 떠안게 되며, 이는 결국 소비자 차량 가격 상승 요인이 된다”며 “현대차 할인율 역시 25% 수준이라 일부 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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