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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정의 만나는 이재용…ARM ‘공동 인수’ 위한 삼성·SK연합 형성되나 [비즈360]
이재용 부회장 “다음달 손정의 만나 논의”
손정의 회장 “삼성과 ARM 협력 논의할것”
지난 2019년 7월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과 만난 후 이동하고 있다.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글로벌 팹리스(설계전문)기업 ARM 최대주주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과 만날 것이라고 밝히면서 삼성의 초대형 인수·합병(M&A) 관측이 급부상하고 있다. 손 회장도 삼성과의 전략적 협력 논의계획을 언급해 기업 가치 최소 50조원에 달하는 ARM 인수가 실현될지 이목이 쏠린다. 복권 후 ‘뉴삼성’ 경영에 속도를 올리고 있는 이 부회장이 내릴 결단과 함께 앞서 ‘공동 인수’ 의사를 밝힌 SK하이닉스와의 연합 가능성에도 촉각이 모인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영국에서 귀국한 이 부회장은 ARM 인수설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다음달에 손정의 회장이 서울에 올 것이다. 아마 그때 무슨 제안을 할 것 같다”고 답했다.

그동안 삼성전자 고위 경영진이 대규모 M&A를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적은 있으나 이 부회장이 공식적으로 대규모 딜과 관련해 공개 발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선 이례적이란 반응이다. 22일 외신에 따르면 손 회장 역시 “이번 방문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삼성과 ARM 간 전략적 협력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화답해 기대감을 높인다.

ARM은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칩 설계의 기반이 되는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특히 모바일 칩 설계 분야에서 ARM의 점유율은 90%에 이르며, ‘설계회사들의 설계회사’라고 불릴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1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지난 2016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소프트뱅크와 자회사 비전펀드를 통해 인수한 ARM은 글로벌 그래픽처리장치(GPU)기업인 엔비디아에 400억달러(약 56조원)에 단독 매각 직전까지 갔다가 지난 2월 초 미국, 영국, 유럽연합(EU)의 규제당국 저항으로 다시 매물로 나왔다.

손 회장은 ARM을 기업공개(IPO)하겠다고 밝혔으나 글로벌 기업들은 발빠르게 ARM에 대한 공동 인수 추진 의사를 밝히고 있다. 2월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 3월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5월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CEO 등이 모두 ARM 공동 인수 추진 의사를 밝혔다. 박 부회장은 “ARM을 어느 한 기업이 독점하게 반도체 생태계에서 허용하지 않을 것이기에 공동 인수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만일 삼성전자까지 인수를 공식화하면 그야말로 ‘초호화 공동 인수 추진단’이 구성되는 것으로,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연합이 형성된다는 점에서 국내 반도체산업의 전반적인 경쟁력 강화 역시 기대된다.

당장 삼성전자로선 ‘뉴삼성’ 구축을 위해 ARM이 매력적인 매물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016년 하만 인수 이후 대규모 M&A가 없는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인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업계에선 꾸준히 제기돼왔다. 삼성은 2017년 이후 인공지능(2017년 플런티, 2019년 푸디언트), 네트워크(2018년 지랩스, 2020년 텔레월드 솔루션즈), 증강현실(AR) 등의 사업에서 M&A를 진행했으나 사업에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킨 딜로 평가되진 않는다.

현재 125조원이 넘는 현금자산을 바탕으로 삼성전자가 메타버스, 로봇, 인공지능(AI) 등의 기업을 물색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회사에서 가장 큰 이익을 내는 반도체사업의 경쟁력 강화가 최우선으로 꼽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를 차지하겠다는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이루기 위한 방안으로 ARM 인수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ARM 이미지. [게티이미지닷컴]

물론 현금 실탄이 100조원이 넘는 삼성으로선 ARM만 대안인 것은 아니다. 삼성이 더 넓은 범위에서 다양한 M&A의 실익을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시장이 주목된다. 기존에 삼성이 인수한 하만의 전장사업과 연계되는 데다 자동차용 반도체시장에 대한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매출이 지난해 500억달러(약 59조8000억원)에서 2025년 840억달러(약 100조4000억원)로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용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과 전력반도체(PMIC)를 만드는 인피니언이나 NXP 등이 삼성의 인수 후보로 꼽힌다. 네덜란드의 NXP는 M&A시장에서 인기가 많은 회사다. 독일 인피니언은 2020년 기준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시장 점유율(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 자료 기준)이 13.2%로, 세계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네덜란드 NXP, 독일 인피니언, 일본 르네사스, 스위스 ST마이크로,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 글로벌 5대 업체가 위치한 이 시장엔 절대적인 지배력을 가진 기업이 없다는 점도 매물 매력을 높인다는 분석이다.

메모리반도체 등 기존 초격차 기술을 유지하는 M&A 역시 하나의 대안으로 지목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기존에 기술력을 인정받는 메모리, 이미지센서, AP 등 분야에서 M&A를 통해 기존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도 한 가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이번 손 회장과의 만남이 ARM에 국한되지 않고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 내 다양한 기업에 대한 투자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관측한다. 업계 관계자는 “ARM의 매력도가 높지만 삼성의 자금력을 고려하면 그 외 다양한 반도체·전자기술기업이 고려될 수 있다”며 “다양한 기업에 대한 다양한 지분투자 방안을 이 부회장과 손 회장이 논의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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