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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상] ‘인기 없는 왕’ vs ‘준비된 왕’…‘74세 즉위’ 찰스 3세, 시작부터 난관 [나우,어스]
무려 64년간 英 왕세자 ‘웨일스 왕자’ 직무 수행
찰스 지지율 56%에 불과…여왕 81%·윌리엄 77%
英 대중, 다이애나妃 사건으로 찰스에 등 돌려
젊은 세대 ‘왕실 회의론’ 최대 난제…英연방 원심력도 커질 듯
영국 새 국왕 찰스 3세의 모습. [유튜브 'Reuters' 채널 캡처]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평생 어머니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었던 찰스 왕세자(74)가 오랜 기다림 끝에 찰스 3세로 영국 왕위에 올랐다.

무려 64년간 영국 왕위 계승 1순위인 ‘왕세자’로서 활동하며 환경보호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지만, 다이애나 왕세자비와 이혼 과정에서 불거진 커밀라 파커 볼스와 불륜 문제,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거액 기부금 수수 등 추문이 잇따르며 어머니에 비해 인기가 크게 떨어진다.

길고 긴 ‘후계 수업’이 끝나고 ‘실전’을 맞이한 찰스 3세에겐 자신에게 멀어져 있는 영국인들의 마음부터 사로잡아야 하는 큰 과제를 안은 채 왕관을 쓰게 된 것이다.

무려 64년간 英 왕세자 ‘웨일스 왕자’ 직무 수행

찰스 3세는 1948년 11월 14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남편 필립공 사이에 장남으로 태어났다. 1952년 여왕이 즉위하면서 거의 평생 승계 1순위의 삶을 살았다. 여왕이 영국 최장수 군주인 만큼 찰스 3세도 9살이던 1958년 영국 왕세자인 ‘웨일스 왕자(Prince of Wales)’로서 책봉된 이래 무려 64년간 즉위를 기다린 기록을 남겼다.

찰스 3세 아래로는 앤 공주, 앤드루 왕자, 에드워드 왕자가 있지만 다음 승계 순위는 찰스 3세의 아들인 윌리엄 왕세자와 그의 자녀들이 된다.

찰스 3세는 고령으로 건강이 불편한 여왕을 대신해서 최근 역할 대행을 늘려왔다. 올해는 처음으로 의회 ‘여왕 연설(Queen's speech)’이라는 주요한 헌법적 기능을 수행했다.

오랜 세월 왕위 계승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왔지만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던 어머니와 다르게 인기가 없었다. 지난 5월 여론 조사기관 유고브의 조사에 따르면 그는 56%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는 여왕(81%)은 물론이고 아들인 윌리엄 왕자(77%)보다 훨씬 뒤쳐진 것이다.

찰스 3세(왼쪽 첫 번째) 새 영국 국왕이 8일(현지시간)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오른쪽 첫 번째) 전 영국 국왕 생전에 함께 산책을 하고 있는 모습. [유튜브 'Reuters' 채널 캡처]

전문가는 찰스 3세의 재위가 그리 길게 가지 못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왕실 작가 필 댐피어는 AFP 통신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찰스 3세가 긴 통치 기간을 누리지 못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그러나 찰스 3세는 이러한 사실을 오랫동안 알고 있었고, 사람들은 이제 아들인 윌리엄 왕자 부부를 눈여겨 볼 것”이라고 예측했다.

英 대중, 다이애나妃 사건으로 찰스에 등 돌려

찰스 3세가 대중들에게서 외면받은 결정적인 사건은 다이애나 왕세자비와 이혼 문제 때문이다.

찰스 3세 국왕은 케임브리지대를 나온 뒤 공군과 해군에 복무하고 1981년 다이애나비와 세기의 결혼식을 올렸다. 다이애나비의 인기는 영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뜨거웠지만 찰스 3세와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이들은 윌리엄과 해리 왕자 두 아들을 낳았지만 1996년 이혼했다.

찰스 3세 새 영국 국왕와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모습. [유튜브 'Reuters' 채널 캡처]

이 과정에 다이애나비가 BBC 인터뷰에서 남편이 커밀라 파커 볼스와 불륜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큰 논란이 일었다. 찰스 3세와 커밀라 파커 볼스는 각자 결혼하기 전에 사귀었던 사이다.

다이애나비가 이듬해 프랑스 파리에서 파파라치에게 쫓기다가 교통사고로 숨지자 다이애나비 추모 열기가 끓어오르는 만큼 찰스 3세를 향한 부정적인 여론이 치솟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영국인들은 찰스 3세가 아닌 아들 윌리엄 왕자가 왕위를 계승하길 바란다는 여론이 높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후 비난이 다소 잦아들고 찰스 왕은 2005년 커밀라와 결혼해서 잘 지내고 있으며 올해 초 여왕이 커밀라를 ‘왕비(Queen Consort)’로 인정해주길 바란다고 말했지만 영국인의 마음을 완전히 다시 사지 못하고 있다.

찰스 3세(왼쪽) 새 영국 국왕과 커밀라 파커 볼스의 모습. [유튜브 'Reuters' 채널 캡처]

여왕 즉위 70주년 기념 플래티넘 주빌리에 참석해서 여왕을 향한 존경과 사랑을 표한 영국인들조차도 찰스 왕에게는 엇갈린 반응이었다. 찰스 3세는 왕세자로 오래 지냈고 기후변화 대응 등에 목소리를 높여왔다는 점에서 왕실을 잘 이끌 것이란 의견이 있었지만 다이애나비 사건을 잊을 수 없다는 속내를 드러낸 이들도 많았다.

젊은 세대 ‘왕실 회의론’ 최대 난제

다만 2010년대를 기준으로 망가진 이미지를 회복하고, 대중의 지지를 얻으려 노력했다.

찰스 3세는 지난해 4월 아버지 필립공이 사망하고 어머니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직무를 대행하는 비율이 늘어나면서 자신이 왕위 계승 서열 1위임을 꾸준히 영국인의 인식에 각인시켰다. 아울러 찰스 3세는 자선 사업에 힘썼다. 특히 기후 변화와 같은 문제 등에 관심을 보였으며, 420개 이상의 자선 단체를 이끌거나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9·11테러의 주범이자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 가문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또다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과거 국정 개입 의혹으로 몇 차례 구설에 오른 점을 우려 요인으로 꼽는 이들도 있다. 여왕은 정부와 국민 사이에 절묘한 균형을 유지하며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 원칙을 지켜왔다.

영국이 경기침체 등으로 어려운 시기를 맞은 가운데 호감도가 떨어지고 나이 많은 왕이 등장하면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영국인들을 통합하고 지탱해주던 여왕의 역할이 그 어느 때 보다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유튜브 'Reuters' 채널 캡처]

또 다들 여왕을 좋아하긴 하지만 젊은 세대로 갈수록 군주제에 관심이 없어서 왕실 회의론이 커질 수 있다. 최근 군주제에 대한 영국 내의 회의론도 찰스 3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6월 유고브의 조사에 따르면 ‘100년 후에도 군주제가 유지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41%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특히 18~24세 연령층에서는 “군주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답변이 3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연방의 원심력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여왕이 현재 영연방의 수장이지만 이는 자동승계 되는 자리가 아니고 회원국의 의사로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 초에는 바베이도스가 공화국으로 전환하면서 여왕이 군주로 있는 국가가 15개로 줄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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