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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항 아파트 관리소장 ‘마녀사냥’…“천재지변에 책임 지우긴 어려워”
일부 시민 이동주차 방송한 관리소장 책임론 제기
“위법성 찾기 어려워…침수 예측도 사실상 불가능”
“주민 재산피해 막기 위한 행동…책임 전가 무리”
7일 오후 2명이 구조되고 7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된 경북 포항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내부에서 소방 대원들이 구조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7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북 포항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 사고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관리소장’을 향하고 있다. 일부 시민은 이동주차 방송을 한 관리소장이 참사를 키웠다며 책임론을 꺼내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관리소장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무리한 ‘마녀사냥’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사건과 관련 관리소장에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관리소장의 행위에 위법성·고의성이 없고 참사를 예측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의 한 아파트에서 태풍 '힌남노'의 폭우 때 지하 주차장에서 실종된 주민 7명을 찾는 수색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

법무법인 중앙의 강대규 변호사는 “포항 지하주차장 침수 사고와 관련해 관리소장은 위법한 행위를 한 것이 없어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관리소장은 주민들의 재산 피해를 막기 위해 이동주차 방송을 했고, 빠른 시간에 침수가 이뤄질 것이라 예측하기 힘든 상황인 만큼 과실을 묻기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행정안전부 고문변호사로 활동 중인 이호영 변호사는 “쟁점은 침수가 발생할 만큼 부실한 지하주차장에 대한 허가 및 관리·감독 책임”이라며 “지자체와 관리회사 등 관련자에 대한 법적 책임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변호사는 “이 논리에 따라, 만약 관리소장에게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소송이 가능하겠지만 관리소장 입장에서는 침수 예상을 하기 힘들었던 만큼, 억울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6일 저녁 태풍 '힌남노'의 폭우로 잠긴 경북 포항시 남구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소방·군 관계자들이 실종된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연합]

실제 아파트 관리소장에게 천재지변 책임이 없다는 판례도 있다. 2010년 9월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한 아파트 옥상 지붕에 있던 기와가 떨어져 차량 2대에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 이에 한 주민이 관리소홀 책임이라며 아파트 관리소장을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법원은 청구를 기각했다.

시민들도 아파트 관리소장은 책임을 다했을 뿐 이번 참사의 책임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 광진구에 거주 중인 최성미(34·여) 씨는 “주민들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한 행동을 ‘살인’으로까지 덮어씌우는 건 너무한 것 같다”며 “분풀이를 할 대상이 필요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7일 오후 2명이 구조되고 7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된 경북 포항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천장 일부 공간이 지형상의 이유로 흙탕물 등이 닿지 않은 상태다. 소방 당국은 구조자들이 이런 공간들에서 파이프 배관을 붙잡은 채 버티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합]

아파트 경비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의석 서울일반노조 조직차장은 “해당 관리소장은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새벽 4시부터 아파트에 나와 시설을 점검하고 안내 방송을 했다”며 “예상하지 못한 천재지변으로 안타까운 일이 생겼으나, 이는 관리소장의 책임으로 전가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관리소장을 향한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에서는 관리소장이 참사의 원인이라는 글이 쏟아지고 있으며, 일부 주민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이와 관련, 경찰은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수사에 착수했다. 경북경찰청은 전날 전담수사팀(총원 68명)을 꾸렸다. 경찰은 아파트 지하주차장 배수 및 수색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내부에 들어가 참사 원인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또 지하주차장 침수 우려가 있음에도 관리사무소 측이 차량 이동을 알리는 방송을 한 이유 등도 조사할 예정이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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