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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몇년만에 가족사진, 이번엔 효캉스...전과 다른 ‘대면 추석’
3년만에 거리두기 없는 한가위
촬영예약 받고 문여는 사진관
고급호텔 하룻밤에 영화 관람
연차 내고 나홀로 해외여행도
새로운 유형의 ‘추억쌓기’ 늘어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7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의 한 매장 앞에 유아용 한복이 걸려 추석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임세준 기자

“옹기종기 모여 사진 개봉식을 할 겁니다. 10년 사이 동생도 결혼하고 조카도 생겼더라고요. 부모님 댁에 왔을 때 가족들이 함께 있는 사진 보면 마음이 새로울 거 같아요.”

직장인 권석주(45) 씨는 다가오는 추석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최근 촬영한 가족사진 액자가 얼마 전 도착했기 때문이다. 권씨는 “코로나 때문에 1년 넘게 미루고 미루다 더 늦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진행했다”면서 “추석 때 모여 그때 기분이 어땠다 얘기 나눌 생각에 설렌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후 3년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 없이 맞이하는 첫 대면 명절이다. 모임 인원 제한이나 입국 전 코로나19 검사 등 각종 활동에 적용됐던 제한이 사라지면서 추석 연휴를 의미 있게 보내려는 시도들이 나오고 있다.

7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가족사진 촬영, 효도 여행 등 명절 연휴를 활용한 각종 활동을 준비하는 시민들이 늘어난 분위기다. 일부 사진관들은 추석 연휴 영업 안내를 사전에 공지하며 몇 달 전부터 촬영 예약을 받기도 했다.

대구 수성구에 위치한 레인보우스튜디오 관계자는 “추석 당일은 공간대여, 앞뒤 연휴는 촬영예약이 다 차 있다”며 “명절에 지역으로 귀성한 분들이 평균 15명 정도 온다”고 설명했다. 경남 거제에 위치한 A스튜디오는 “추석 당일 오전만 빼고 연휴 기간 스튜디오를 열어 둘 계획”이라며 “가족 촬영으로 알려진 곳이라 추석 때는 대가족들이 주로 찾는다”고 말했다.

추석 가족사진 [대구 수성구 레인보우스튜디오 제공]

서울에 거주하는 20대 직장인 박모씨는 추석 연휴를 활용해 가족들과 부산 효캉스(효도하는 바캉스)를 계획하고 있다. 박씨는 “부모님이 늘 일에 치여 사시느라 고급 호텔을 가보신 적이 없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며 “여름휴가 없이 일하느라 수고한 저와 가족에게 호캉스를 선물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연휴 때 연달아 쉬기도 좋고 효도도 하고 만족감 높은 시간이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연휴 기간 가족을 위해 시간을 쓰는 경우도 있다. 취업준비생 김모(24) 씨는 백내장 수술을 해야 하는 할머니를 위해 연휴 기간 간호를 결심했다. 김씨는 “혼자 계시면 거동이나 수술이 거의 불가능해 일부러 추석 앞에 수술 날짜를 잡았다”며 “일주일 정도 회복을 도우며 그동안 못다 한 효도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3년 동안 못했던 추석맞이 나들이를 기다리는 시민도 있다. 인천에 거주하는 30대 김동우 씨는 이번 연휴 가족과 영화관을 찾을 예정이다. 김씨는 “코로나 전에는 가족과 자주 찾았던 영화관인데 삶이 바쁘고 가족 감염이 우려돼 엄두를 못 냈다”며 “보러 갈 사람을 이미 다 물어봐 둔 상태”라고 말했다. 김씨는 “가장 가까운 가족과 가까운 자리에서 시간을 보내면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낸다는 느낌이 든다”고 덧붙였다.

가족과의 시간 대신 연차 등을 이용해 나홀로 여행을 떠나는 직장인도 있다. 최근 30대 직장인 최모씨는 3박 5일 태국 푸껫 여행을 위해 땡처리 항공권을 구입했다. 최씨는 “입국 전 코로나 검사도 사라져 마음이 한결 가볍다”면서 “그렇지만 감염 우려가 있어 독채 숙소를 빌려 혼자만의 리프레시(재충전) 시간을 갖고 올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전 부치기나 잔소리로부터 해방될 수 있어 설렌다”면서도 “추석 연휴에 붙여 휴가를 쓰는 것이 눈치가 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가족 간의 모임이 더욱 의미를 추구하는 형태로 변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경험은 타인과의 비교도 어렵고 기억도 오래간다는 특징이 있다”면서 “오랜 거리두기 속 친밀한 관계의 소중함을 인지한 상태라 의미 있는 경험 위주로 모임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곽 교수는 “연휴를 실속 있게 쓰고 싶은 마음, 직장인들은 시간을 낼 기회라는 점 덕분에 나홀로여행 등의 모습도 발견된다”고 설명했다. 김희량 기자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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