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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해도 모른다”...초등생, 디지털 성범죄 무방비 노출
10대 피해 3년만에 361% 급증
‘제2 N번방’서도 초등생 피해자
“인지조차 못해...예방교육 절실”

10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가 매년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예방교육이 부실한 상황에서 초등학생들이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헤럴드경제가 만난 교사 및 성범죄 전문가들은 초등학생 피해자들의 경우 디지털 성범죄를 겪고도 이를 인지하지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아 예방교육이 더욱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을 상담하는 황미향 젠더연구소 상임이사는 “초등학교 6학년이 5학년에게 메시지를 보내 ‘문화 상품권을 보내줄 테니 노출 사진을 보내라’고 해 실제 사진을 보냈는데, 정작 피해자는 피해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해당 사건은 피해자 핸드폰을 학부모가 직접 보고 나서야 황 상임이사에 전달됐다.

30대 초등학교 교사 손지은씨는 “학생들이 SNS에서 성적 메시지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종종 전해오는데, 사실 굉장히 위험한 상황인데 너무 가볍게 이야기하곤 한다”고 전했다.

실제 2020년 ‘N번방’ 사건과 유사하게 미성년자 아동 성 착취물이 유포된 정황이 포착돼 최근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제2의 N번방’에도 초등학생 피해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19년 N번방 사건을 보도한 ‘추적단 불꽃’ 활동가였던 원은지 ‘얼룩소’ 에디터는 지난달 31일 라디오에 출연해 “확인된 피해자는 6명”이라며 “초등학생 피해자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실은 교육현장에서조차 예방교육이 미흡한 실정이다. 교육부 지침은 초·중·고등학교에서 연간 15시간 이상의 성교육을 제공하도록 하고 있지만, 내용을 어떻게 세부화할지는 개별 학교 자율에 맡겨져 있다. 2020년 N번방 사건이 공론화되며 교육부에서 디지털성범죄 교육자료를 배포하기도 했지만 이 역시 현장에서 활용이 되는지는 점검이 되고 있지 않다.

A 교육청 관계자는 “성교육이란 게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부분이 아니지 않느냐”며 “교육 방향을 너무 세부적으로 정하면 학부모들이 항의를 하는 경우도 많아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만 정한다”고 말했다. B 교육청 관계자는 “성교육은 담임 재량이라 디지털성교육이 얼마나 포함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시간 자체가 한정돼 있어 다양한 내용을 포함하기 어렵다는 호소도 있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초등학교 교사 김희성(28·여) 씨는 “초등학교 고학년 위주로만 보건 시간을 활용해 디지털 성교육을 제공하고 있다”면서도 “시간 자체가 한정돼 있으니 낯선 사람을 조심하라는 등 원론적 내용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초등학생은 범죄에 더욱 쉽게 노출되는 만큼, 더욱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어린 아이들은 위험을 상상하는 능력 자체가 발달하지 않아 더욱 세밀한 교육이 필요하다”며 “디지털성범죄의 개념, 예컨대 대부분 성범죄의 시작점인 ‘그루밍(길들이기)’이 뭔지부터 확립을 시켜야 사전에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소속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에 따르면 10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는 2019년 321명에서 2020년 1204명, 2021년 1481명으로 3년 만에 약 361% 증가했다. 박혜원 기자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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