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경쟁행위 영업손실 인정…10억원 배상
숙박업체 정보 그대로 가져와 제공 ‘불법’
웹사이트 소스 차용 ‘크롤링’ 분쟁 첫 사건
야놀자 서울 사옥[야놀자 제공] |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여행·숙박 어플리케이션 ‘여기어때’가 경쟁사 ‘야놀자’와의 소송 항소심에서도 일부 승소했다. 자동으로 타사 웹 사이트 정보를 복제해 활용하는 이른바 ‘크롤링’이 불법이라는 법원 판단이 그대로 유지돼 향후 비슷한 소송이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고법 민사4부(부장 이광만)는 25일 야놀자가 여기어때컴퍼니를 상대로 낸 데이터베이스제작자 권리침해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판결이 확정되면 여기어때는 야놀자에게 1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
재판부는 야놀자가 숙박업체 현황과 가격을 수집한 것이 성과물이고, 여기어때가 이 내역을 차용한 것은 부정경쟁행위로 판단했다. 이로 인해 야놀자가 부당하게 영업상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설령 웹사이트나 어플리케이션에 정상적으로 접속하는 방법으로도 정보를 취득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같은 행위가 허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여기어때 측은 야놀자가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2011-2016년 매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데이터 수집 행위로 야놀자 서버가 중단돼 피해를 입은 점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야놀자가 주소, 방이름, 원래 금액 및 할인금액, 날짜, 입․퇴실시간 등 정보를 복제, 반포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청구는 1심과 달리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같은 정보는 공개된 것으로, 취득 방식은 다양할 수 밖에 없어 일괄적으로 금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공개되지 않은 데이터까지 ‘크롤링(자동 데이터 수집 프로그램)’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으로 주목을 받았다. 야놀자는 2016년 자사 서버에 접속이 몰려 장애가 발생하자 원인을 분석, 여기어때가 숙박업소 정보를 대량으로 탈취했다 보고 수사 당국에 고소했다. 2018년 2월 민사 소송도 제기했다.
여기어때는 2015년부터 수기로 모으던 야놀자의 숙박 정보를 편하게 모으기 위해 2016년 1월 야놀자 서버에 저장된 숙박 업소 정보를 모두 불러오는 기능을 탑재한 크롤링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같은해 10월까지 야놀자가 제공하는 숙박업소명, 입·퇴실 시간, 특별 객설 서비스 판매 개수 등 대다수 정보를 확보했다. 야놀자의 영업 전략 및 현황을 파악하고, 자사의 영업전략 수립 용도로 사용했다.
1심은 10억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여기어때의 당시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들은 야놀자의 영업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임을 알면서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 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영업을 위해 제휴 숙박업소 정보를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판단했다.
이와 별개로 정보통신망 침해, 저작권법 위반 등 혐의 형사소송에선 지난 5월 대법원은 심명섭 전 위드이노베이션(현 여기어때컴퍼니)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피해자 회사의 앱을 통하지 않고 이 사건 서버에 접속했다거나 크롤링 등을 통해 정보를 수집했다는 사정만으로 접근권한이 없거나 접근권한을 넘어 피해자 회사의 정보통신망에 침입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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