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은 내리는데…월셋값은 반대로 치솟아
상승률 상위에 도봉·동대문·노원구 등 올라
금리인상기 반전세·월세 선호현상 뚜렷해져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지난달 전국 주택 매매·전셋값의 동반 하락 속에 월셋값만 ‘나홀로 상승’을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선 최근 집값 하락세가 가팔라진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강북지역의 월세가격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최근 금리 인상과 고물가, 경기 침체 우려 속에 집을 사겠다는 사람은 줄어든 반면, 대출 이자 부담을 피해 월세를 선호하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월셋값만 뜀박질을 지속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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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붙은 아파트 매물 안내 [헤럴드경제] |
2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전국 주택종합(아파트·연립·단독) 월세가격은 전달보다 0.16% 올라 석 달 연속 같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지난달 전국 주택종합 매매·전세가격이 각각 0.08% 내려 올 들어 최대 낙폭을 기록하는 와중에도 상승세를 이어간 것이다.
월셋값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고공행진하고 있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월셋값은 0.22% 올라 전달(0.21%)보다 상승폭을 확대했다. 서울이 0.07%에서 0.10%로 오름폭을 키우고, 경기(0.33%), 인천(0.21%)이 전달에 이어 높은 상승률을 보이면서 수도권 전체(0.24→0.25%)의 아파트 월셋값이 더 뛰었다.
특히 서울에선 도봉·동대문구(0.26%), 노원·광진구(0.25%), 마포구(0.21%), 서대문구(0.18%), 강북구(0.14%) 등 강북지역에서 큰 폭으로 뛰었다. 이들 지역은 최근 서울에서도 아파트값 하락세가 상대적으로 가파른 지역으로 꼽히는데 월셋값만 치솟는 상황이다. 지난달 도봉구(-0.55%)는 서울 25개구 중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떨어진 지역이었고, 노원구(-0.54%), 강북구(-0.51%)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부동산원은 높은 전셋값에 더해 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전세물건이 쌓이고, 대신 반전세·월세 수요가 증가하면서 월셋값 상승 흐름이 굳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싼 전세대출 이자를 내느니 월세를 내는 게 낫다고 판단한 세입자와 각종 세 부담을 월세로 충당하려는 집주인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월세 선호현상은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한 달에 내야 하는 금액이 100만원 이상인 아파트 월세 거래도 크게 늘었다.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량(4만5085건) 중 월세 100만원 이상은 1만5788건으로 집계됐다. 해당 거래는 지난해 상반기(1만675건)와 비교해 47.9% 늘었고, 5년 전 같은 기간(7289건)보다는 2배 이상 증가했다.
주요 단지에서도 월셋값 상승세가 뚜렷했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84.99㎡(17층)는 지난해 6월 보증금 1억원, 월세 270만원에 계약됐는데 올해 6월에는 같은 면적(11층)이 보증금 1억원, 월세 380만원에 신규 계약을 맺어 1년 새 월세가 110만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성동구 옥수동 ‘래미안옥수리버젠’ 전용 59.25㎡에서도 동일한 보증금(1억원)에 월셋값만 1년 사이 60만원 오른 사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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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