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해협, 전세계 물동량 88%운송
한국 등 반도체 수출 타격 불가피
중국이 ‘대만 봉쇄’ 군사 훈련을 진행하던 지난 4일(현지 시간) 대만 영해에 머물고 있는 컨테이너선·화물선들의 모습. [CNN] |
중국의 군사적 위협 등 강력 반발에도 불구하고 강행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의 불똥이 기록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허덕이고 있는 글로벌 경제로 옮겨붙는 모양새다.
중국의 ‘대만 봉쇄’ 군사 훈련 등 지정학적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바쁜 해운 통로로 꼽히는 대만해협을 지나는 화물선들의 안전이 위협받으며 글로벌 공급망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기 때문이다.
CNN비즈니스는 중국인민해방군 동부전구(戰區)가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로 설정한 6개의 훈련 구역에 대해 총 11발의 둥펑(東風·DF) 계열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물동량이 많은 항로 중 하나인 대만 해협의 무역 흐름을 방해하고 있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중국은 6개 구역의 해(海)·공(空)역에 선박과 항공기의 진입을 금지하는 공지를 발표한 바 있다.
대만해협을 가리켜 “세계에서 가장 바쁜 해운 통로”라고 지칭한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1~7월 전 세계 해상에서 운항한 5400여척의 컨테이너선 중 약 48%가 대만해협을 통과했으며, 화물량을 기준으로 봤을 때는 전 세계 물동량의 88%가 대만해협을 지나 운송됐다고 분석했다.
세계 해운 데이터 제공 업체인 배슬스벨류(VV)는 현재 대만 영해엔 256척의 컨테이너선·화물선이 머물고 있으며, 중국의 훈련이 진행되는 4~8일 60여척의 컨테이너선·화물선이 대만 영해로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무역 분석 전문가들은 대만 해협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위협이 계속된다면 글로벌 공급망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세계 주요 수출국인 한국·일본·중국·대만 등에서 생산된 제품이 유럽 등으로 향하거나, 이들 동아시아 국가에 석유·천연가스 등을 비롯해 원자재가 공급되는 주요 통로가 바로 대만 해협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기준 세계 무역에서 동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45.9%로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현시점에서 대만 해협 수로가 더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 통로가 첨단 기기에 필수적인 반도체가 전 세계로 공급되는 주요 통로이기 때문이다. 대만 최대 반도체 제조기업인 TSMC는 애플이나 퀄컴 등 미국 주요 기업에 반도체를 납품하고 있으며, 전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장에서 50%가 넘는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 역시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19%(2020년 기준)의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 수석애널리스트 닉 마로는 “중국의 실탄 사격훈련이 일어날 곳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바쁜 수로”라며 “이 같은 수송로가 폐쇄되면 아주 잠깐이라도 대만은 물론 일본과 한국 관련 무역 흐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대만해협 위기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만해협이 아니라 필리핀해로 우회하는 대체 노선으로 화물을 수송할 경우 발생하는 매출 손실과 노동 비용 상승, 물류 배송 지연 등에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가뜩이나 악화한 글로벌 인플레이션 추세를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호주 증권사 ACY 증권의 클리포드 베넷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대만해협의 위기는 이제 막 시작된 만큼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수개월뿐만 아니라 수년에 걸쳐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됨으로써 더 큰 경제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