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6개월간 기준선 하회…향후 경기 위축 국면 예상
“우크라 사태·금리 인상 등 부정적 심리 확산”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산출하는 우리나라의 경기선행지수가 13개월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들어 6개월간은 지수가 기준선인 100을 밑돌아 국내총생산(GDP) 수준이 장기 추세를 하회할 것으로 예측되는 등 부정적인 경기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25일 OECD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한국의 OECD 경기선행지수(진폭조정 기준)는 98.87을 기록해 전월(99.09) 대비 하락했다.
한국 경기선행지수는 지난해 5월 101.95까지 올랐다가 이후 13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월부터는 기준선인 100 아래로 내려갔다.
OECD 경기선행지수는 경기 국면이 전환하는 신호를 조기에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지표다. 향후 6∼9개월 뒤 경기 흐름을 예측하는 데 활용된다. 지표가 전월 보다 하락했다는 건 향후 경제 성장 속도가 둔화할 것으로, 지표가 100을 밑도는 건 향후 GDP 수준이 장기 추세를 하회할 것으로 각각 예측된다는 의미다.
OECD 경기선행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6∼9개월 뒤 경기가 위축되는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선행지수의 하락세는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수입 물가의 상승, 금융시장의 불안 등이 주된 요인인 것으로 풀이된다.
OECD 경기선행지수를 산출할 때 회원국별로 활용하는 선행지표가 다른데, 한국의 경우 수출입물가비율, 코스피, 제조업경기전망, 재고순환지표, 자본재재고지수, 장단기금리차 등을 바탕으로 한다.
수출상품 한 단위 가격과 수입 상품 한 단위 가격의 비율인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지난 5월 기준 1년 전보다 10.6% 하락하며 14개월째 내림세를 보였다.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한국이 한 단위 수출로 살 수 있는 수입 상품이 줄었다는 의미다.
통계청 관계자는 "선행지표가 하락해도 이후 동행지표가 하락하지 않은 경우도 꽤 있어서 앞으로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단정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리 인상이나 공급망 차질, 우크라이나 사태 등 여러 대외 여건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지금 시점에서 부정적인 전망이 좀 더 많아졌다고 해석하는 게 적절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재 경기가 하강 국면에 진입했다는 신호는 뚜렷하지 않은 상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3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바 있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는 확산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분기 GDP가 1년 전보다 0.4% 성장하는 데 그쳐 2020년 2분기(-6.8%) 이후 가장 낮았다. 미국은 두 개 분기 연속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OECD 경기선행지수로 보면 미국은 5개월째, 중국은 9개월째 100을 밑돌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오는 26일 세계경제전망 수정치를 발표할 예정인데 한국을 비롯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낮춰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월 전망에서는 올해 한국 성장률을 3.0%에서 2.5%로, 세계 성장률은 4.4%에서 3.6%로 하향 조정했다. 대외적인 침체는 한국 수출 등에 대한 우려를 낳는 요인이다.
정부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7월호'에서 "동행지수 등 국내 실물지표의 경우 전월보다 소폭 긍정적인 모습이 나타났으나, 해외 측면에서 불안 요인들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며 "향후 수출 회복세 제약 등 경기 둔화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이 오는 26일 발표할 2분기 실질 GDP 속보치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 1분기 한국 GDP는 잠정치 기준 전 분기 대비 0.6% 증가하며 7개 분기 연속 성장세를 유지했다. 2분기를 비롯해 남은 분기에 0.5%씩 성장해야 한은의 올해 전망치(2.7%)에 들어맞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