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부산 응급실서 환자 보호자 방화
47명 대피·11시간 운영 차질
병협·응급의학의사회 대책 마련 촉구
[헤럴드경제] 병원 응급실이 폭력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경기 용인시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의사에서 흉기를 휘두른 70대 남성이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부산의 한 대학병원에서 방화 사건이 벌어졌다. 의료계에서는 의료진을 상대로 한 폭력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25일 부산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전날인 24일 오후 45분께 부산대학교병원 응급실 입구에서 60대 남성 A씨가 방화를 시도했다. A씨는 휘발유 2ℓ를 페트병에 담아와 병원 바닥과 자신의 몸에 뿌린 뒤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병원 의료진이 소화기 등을 이용해 재빨리 진화하면서 소방대원이 도착하기 전에 꺼졌다.
A씨는 응급실 환자의 보호자로 병원에 불만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사건 발생 3시간 전에 술에 취한 채 부인을 빨리 치료하라며 고성을 지르는 등 소란을 벌여 경찰에 의해 귀가 조처됐음에도 다시 찾아와 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왼쪽 어깨부터 다리까지 2~3도 화상을 입고 부산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사건으로 응급실 환자 18명과 의료진 29명 등 47명이 건물 밖으로 급히 대피했다. 응급실도 약 11시간 동안 차질을 빚은 뒤 이날 오전 9시부터 정상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를 현조건조물방화 혐의로 입건해 조사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15일에는 경기 용인시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B(74)씨가 의사에게 흉기를 휘두른 사건도 있었다. B씨는 “선물을 드릴 게 있다”며 범행 전날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근무 시간을 파악한 뒤 준비한 낫으로 해당 전문의의 뒷목을 찍었다. B씨는 지난 11일 해당 병원 응급실에서 숨진 70대 여성 환자의 남편이었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B씨는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됐다.
의료계에서는 잇딴 의료인 폭행 사건에 진료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날 대한병원협회는 25일 입장문을 통해 ‘응급실 안전한 진료환경 개선 TF’를 구성하자고 정부에 제안했다. 병협은 “의료인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 시행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보호받지 못하는 결과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응급실 내 의료인 폭행에 대응하는 그동안의 대책들이 옳은 방향이었는지를 되짚어보고 TF에서 근본 대책을 마련하자”고 주장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전날인 24일 “피의자가 음주 상태로 응급실을 찾은 점, 폭언을 일삼다가 심각한 2차 폭력으로 이어진 점 등에서 두 사건이 비슷하다”며 “공권력의 적극적 투입과 초기 현장 개입으로 응급실 난동자에 대해서는 빠른 격리조치를 시행하는 등의 제도적인 개선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