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 별세포 요소회로가 치매 유발 첫 규명
- 요소회로 표적 새 치매 치료제 개발 도전
[123RF] |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전세계적으로 1천만명이 고통받고 있지만 정확한 발병원인과 마땅한 치료제도 없는 난치성 질환 치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치매환자는 약 70만명으로 추산되며 최근에는 20~30대 젊은층에서도 환자 발생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현재 치매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조건부 승인을 받은 아두카누맙이 있지만 아직까지 효과가 제한적이고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기존 치매원인으로 잘 알려진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아닌 새로운 치매 발병 원인물질을 찾아내고 치료제 개발에 도전장을 던졌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이창준 단장과 주연하 박사 연구팀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류훈 박사팀과 함께 치매의 기억력 감퇴가 뇌 속 반응성 별세포의 ‘요소회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이 활성화된 요소회가가 치매를 촉진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별세포(astrocyte)는 뇌세포를 절반 이상 구성하는 별 모양의 비신경세포다. 알츠하이머나 염증 등 주변 환경에 의해 별세포의 수와 크기가 증가한 ‘반응성 별세포(reactive astrocyte)’는 주변 신경세포에 여러 영향을 미친다. 연구진은 지난 연구에서 반응성 별세포가 마오비(MAO-B)를 발현해 푸트레신으로부터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가바(GABA)를 생성해 기억력 감퇴를 일으킴을 보고했다. 하지만 반응성 별세포에서 푸트레신이 증가되는 메커니즘은 알려진 바 없었다.
연구팀은 주로 간에서 유해한 암모니아를 해독하여 소변의 주성분인 요소를 생성하는 ‘요소회로’가 뇌 속 별세포에도 존재함을 밝혔다. 나아가 반응성 별세포에서 활성화된 요소회로가 푸트레신 및 가바생성을 유도해 치매를 유발함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독성물질인 아밀로이드 베타를 처리한 별세포에서 요소회로를 이루는 효소인 OTC, ARG1, ODC1 등의 활성과 발현량이 증가하고, 합성된 요소의 양도 증가함을 확인했다. 이러한 요소회로의 활성화는 실제 알츠하이머 환자에서도 발견되었다. 이 때 별세포 특이적으로 ODC1을 억제시키면, 요소회로를 통해 생성되는 푸트레신과 가바가 감소함은 물론 알츠하이머 모델 생쥐의 기억력이 회복됨도 확인했다. 요소회로 활성을 억제해 치매를 일으키는 푸트레신 및 가바를 감소시킴으로써 기억력을 회복할 수 있음을 실험으로 입증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반응성 별세포가 요소회로를 통해 분비하는 GABA와 기억력이 반비례 관계임을 보여준다. 한편 암모니아를 해독하는 요소회로가 가바 및 활성산소를 촉진하는 양면성을 지님을 알 수 있다.
이번 연구성과가 게재된 국제학술지 '셀 메타볼리즘' 표지 이미지.[IBS 제공] |
지금까지 치매의 주원인은 아밀로이드 베타로 여겨졌다. 그러나 임상실험에서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해도 중증 치매가 지속되어 치매 치료제 개발에 실패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반응성 별세포에 따른 요소회로의 활성화와 그로 인한 GABA 및 활성산소가 치매의 핵심 원인임을 증명했다. 즉 별세포의 요소회로 효소들을 표적으로 한 새로운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주연하 박사는 “반응성 별세포의 요소회로 조절에 의한 알츠하이머의 새로운 병리기전을 제시했다”고 연구의 의미를 밝혔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주연하 UST(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박사.[IBS 제공] |
이창준 단장은 “새로운 억제제 선도물질로서 요소회로 효소 ODC1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전임상 시험을 통해 ODC1 효능과 독성 등을 확인하고 신규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성과는 제1 저자인 주연하 박사가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학위과정 중 중 수행한 연구의 성과”라며, “최근 국가적으로 강조되는 젊은 유망 R&D 인재의 양성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이 연구는 세계적 학술지‘셀 메타볼리즘’ 6월 23일 0시(한국시간) 온라인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