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p)나 한꺼번에 올리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도 예상보다 빨라질 전망이다. 이미 국내에서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넘긴 상황에서 미국 기준금리가 우리나라보다 높아지는 ‘금리 역전’도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금리 역전으로 인한 원화 가치 하락은 물가 상승을 더축 부추길 수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금융통화위원회가 연말까지 나머지 네 차례(7·8·10·11월) 통화정책방향결정 회의에서 모두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7월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카드를 전격적으로 꺼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한국의 기준금리 전망 상단도 3%대로 높아지고 있다.

우선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 단행으로 한은의 기준금리 상단 전망이 덩달아 높아졌다. 당장 한미간 금리차는 0~0.25%포인트로 좁혀졌기 때문이다.

미국이 다음달에도 한 차례 더 큰 폭의 금리 인상에 나서면 ‘역전’이 벌어지게 된다. 모건스탠리는 이와 관련 “인플레이션 우려는 여전하고 경제활동은 강하므로, 올 연말 미국의 정책금리는 4%에 이를 것으로 본다”고 밝혔으며, 씨티 역시 “연준은 4% 최종 금리에 도달할 때까지 금리 인상을 계속할 것”이라며 “6월 물가지표(7월 13일 발표)도 높게 나올 것으로 예상돼 7월에도 0.75%포인트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한은이 7월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하더라도 정책금리 상단이 더 낮아질 수 있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 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 수준이 미국보다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도 급격하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원화 가치가 줄어들면 같은 물건이라도 더 많은 원화를 주고 수입해야 하는 만큼, 수입 물가 상승이 국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에 따라 JP모건도 한은이 잇따라 기준금리를 올리며, 연말 3%까지 금리 상승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미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결정과 관련해 “파월 의장이 연말까지 정책금리를 3.4%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우리보다 빠른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금리 자체가 중점을 두기보다 외환시장과 채권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국제금융시장이 일시적으로 안도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한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한은은 이날 오전 이승헌 부총재 주재로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미국의 통화정책 결정은 시장 예상에 부합하나,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긴축정책과 더불어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중국의 락다운 등이 한국 등 신흥국의 외환시장 및 채권 시장 불확실성을 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도 이번 통화정책결정문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불확실’하다는 문구를 삭제하고 ‘인플레이션 추가 상승 압박을 가하고 있으며 글로벌 경제활동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공급 병목을 일거에 해소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책적으로 금리 이상을 통한 수요 억제에 나설 수 밖에 없는데, 가계부채가 급증한 우리나라 경제는 타격이 더 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연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