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주요 원인
고부가산업으로 전환해 단가 상승? “가능성 낮아”
수입증가세 더 거세…무역수지 2개월 연속 적자
중국 성장둔화·엔저 등 앞으로 전망도 밝지 않아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5월 수출이 역대 두 번째 규모를 기록했지만, 전세계적 공급망 차질과 인플레이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수출 물량이 그다지 늘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수출단가 등이 상승한 외형적 성장만 일어난 것이다.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변모해 수출품 가격이 올랐다고 보기도 무리가 따른다. 통상적으로 산업 체질 변화 추이는 5년 정도 기간을 두고 일어난다. 1~2년 사이 우리나라 수출 업계에서 혁신적 고부가가치 창출에 성공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7일 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지난해 동월 대비 21.3% 증가한 615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역대 월 기준으로는 올해 3월(638억달러) 이후 두 번째 규모다. 수출은 15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고 19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반도체·석유화학·철강·석유제품 등은 역대 5월 1위를 기록했다.
실상을 보면 호황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반도체·석유화학·철강·석유제품 모두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을 직접적으로 맞았다. 원자재 가격이 수출품 가격에 전이됐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공급망 차질 등으로 인해 수입 단가가 계속 오르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수출액 규모가 세계적 인플레이션 추세에 편승했다고 본다.
실제로 수출단가 증가율(전년동월비)을 살펴보면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올해 1월을 빼놓고 모두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수출단가 증가율은 수출액 증가율에서 수출물량 증가율을 제한 수치다. 5월엔 13.2%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5월에도 수출단가 증가율이 30.1%를 기록한 기저효과가 있는데도 이같은 현상이 일어났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수출액 증가는 단가가 올라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수출액은 단가와 물량으로 정해지는데, 물량은 변화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단가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갑자기 단가가 늘어났다고 우리나라 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급변했다고 말할 수 없다”며 “원자재 가격 상승이 수출 가격에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역수지 측면에서 봐도 호황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무역수지는 2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5월 수입은 32.0% 증가한 632억2000만달러로 집계됐다. 무역수지는 17억1000만달러 적자를 보였다. 지난 3월부터 수입액은 3개월 연속 600억달러가 넘었다. 지난해 6월 이후 수입 증가율은 12개월 연속 수출 증가율을 웃돌고 있다. 지난달 원유·가스 등 에너지 수입액은 147억5000만달러로 지난해 동월보다 84.4% 급증했다.
대외변수로 인해 수출 전망도 밝지 않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지난 3일 ‘수출경기의 현황과 주요 리스크 요인’ 보고서를 통해 “하반기 이후 대외 불안 요인 확대로 수출 사이클 전환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SGI는 국내 수출의 주요 리스크로 ▷중국 성장둔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 통화긴축 ▷엔저(엔화 약세) 장기화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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