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진료환자 작년 64만명 육박
6년 새 10만명 증가…60세 이상 79.8%
30%는 심각한 후유증·30%는 사망
인지했을 땐 ‘골든타임’ 적용 급박 상황
뇌출혈 70~88%는 고혈압 환자
혈압·공복혈당·체지방 수시점검해야
# 직장인 박모(45) 씨는 평소에는 전혀 없던 두통과 어지러움이 최근 들어 자주 나타났다. 야근 등으로 좀 무리하거나 숙취 정도로 생각하고 무심히 넘어갔지만 평소와는 다르게 머리가 묵직하게 느껴지고 밤에 자다가 손도 자주 저린 증상이 이어지자 병원을 찾았고 뜻밖에도 ‘뇌동맥류’ 진단을 받았다. 뇌동맥류는 ‘머릿속의 시한폭탄’이라 불릴 만큼 무서운 뇌혈관질환이다. 실제 뇌출혈이나 뇌경색과 같은 뇌혈관질환은 국내 사망 원인 4위를 기록할 만큼 위험한 질환이다. 제때 치료하지 못하면 심각한 후유증이나 사망에 이른다.
뇌졸중으로 진료받은 환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뇌졸중으로 진료받은 환자 수는 2015년 53만8443명에서 2021년 63만9491명으로, 6년 사이 10만명 이상 증가했다. 60세 이상이 79.8%로 가장 많았다.
▶ ‘두통·어지럼증·어눌한 말투·편마비’ 뇌혈관질환 전조 증상=뇌혈관질환은 크게 2가지로 구분한다. 혈관이 터져서 생기는 ‘뇌출혈’과 막혀서 생기는 ‘뇌경색’, 이를 합쳐 ‘뇌졸중’이라고 통칭한다.
뇌졸중은 예후가 좋지 않다. 특히 뇌혈관 벽 염증에 의한 균열로 비정상적으로 혈관이 부풀어 오르는 ‘뇌동맥류’에 의한 뇌출혈(지주막하 출혈) 발생 시 후유증이 심하다. 30% 환자는 심각한 인지 저하와 마비 등 신경학적 후유증이 남는다. 30%가량 환자는 정상으로 회복되지만 30% 환자는 사망에 이른다. 뇌동맥류가 건강검진에서 발견되면 특별한 증상이 없는 상태다. 하지만 뇌동맥류가 커지면서 주변 뇌 구조물을 압박하거나 파열되면 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두통, 어지럼증, 전신강직과 마비 등 다양한 증상이 생길 수 있다.
뇌동맥류는 ‘파열성 뇌동맥류’와 ‘비파열성 뇌동맥류’로 나뉜다. 치료방법은 거의 같다. 파열성 뇌동맥류는 출혈량에 따라 예후가 결정된다. 비파열성 뇌동맥류는 대부분 ‘코일색전술’로 치료한다. 코일색전술은 대퇴부 혈관에 접근해 혈관 내 수술을 말한다. 코일색전술의 성공률은 98~99%에 이른다. 합병증 발생률도 2~3%로 낮아 대부분의 비파열성 뇌동맥류 환자는 코일색전술을 시행한다. 간혹 코일색전술이 어려우면 개두술을 통한 ‘클립결찰술’을 시행한다. 뇌경색도 의식 장애, 편측 마비, 언어 장애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그래서 뇌혈관질환은 특히 ‘골든타임’이 중요하다. 후유증과 사망률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최대한 빨리 혈종을 제거하고 혈관을 뚫어주며 머리 혈압(두개내압)을 정상으로 유지하는 등 응급처치가 필요하다.
문제는 전조 증상이 없어 대처하기 쉽지 않다는 것. 구해원 인제의대일산백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졸중은 터지거나 막히기 전까지는 초기 증상이 미미해 알아차리기 어렵다”며 “평소 느껴보지 못한 심한 두통이나 감각 이상, 근력 저하 및 어눌한 말투, 어지러움, 편마비 등의 증상이 생기면 골든타임이 적용될 만큼 위중한 상태이기에 지체 없이 반드시 뇌혈관질환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뇌출혈 환자 중 70∼88% ‘고혈압 환자’, 혈압 120~130㎜Hg 유지 중요=고혈압, 당뇨, 비만은 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높인다. 특히 고혈압이 그렇다. 급격한 혈압 상승으로 혈관이 버티지 못하게 되면 터질 수 있다. 만성 고혈압은 지속해서 뇌혈관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정상인보다 뇌졸중 발생 위험이 더 크 다. 실제 보건복지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뇌출혈 환자의 70∼88%가 고혈압 환자다. 혈관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겨울철이나 환절기에 뇌출혈 환자들이 많이 발생했으나 최근 들어 사계절 모두 뇌출혈 환자가 발생하는 추세다.
대부분 뇌혈관질환은 예고 없이 갑자기 나타난다. 뇌혈관질환 예방을 위해선 주기적인 건강검진과 위험 인자를 줄이는 것이 유일한 예방법이다. 평소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과 같은 기저질환 관리가 그래서 중요하다. 혈압은 120~130㎜Hg 사이를, 공복혈당 100㎎/㎗ 미만으로, 체지방도 정상 수치로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뇌혈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흡연, 음주, 고칼로리 음식은 피하고 하루 30분 이상 운동이 도움된다.
구 교수는 “뇌혈관질환은 한 번 발생하면 심각한 후유증을 유발하기에 주기적인 검사와 기저질환 관리를 통해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뇌혈관 검사의 추천 나이는 특별히 없지만 기저질환이 있거나 뇌혈관질환의 가족력이 있다면 60세 이상에서 2~3년에 한 번씩 CT나 MRA 등 뇌혈관검사를 받는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김태열 건강의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