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서울시장 선거, 2016종로 선거 연일 연급
당시 유선전화(집전화) 위주 조사로 예측 실패
2017년 휴대전화 가상번호 도입 후 적중률 쑥
민주 지지층 투표장에 얼마나 나오느냐가 관건
2010년 6월 3일 저녁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여의도당사 선거 사무실에서 개표 중간 결과에 대해 정세균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박현구 기자/phkoo@heraldcorp.com] |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6·1 지방선거 수도권 등 판세가 열세로 나타나는 더불어민주당이 ‘2010년의 한명숙, 2016년 정세균처럼’을 외치며 지지층의 ‘투표 독려’ 캠페인에 집중하고 있다. 국민의힘 후보에 크게 밀리는 것으로 나오는 여론조사 때문에 투표를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호소다.
실제 한명숙·오세훈 후보가 맞붙었던 지난 2010년 서울시장 선거와 정세균·오세훈 후보가 맞붙었던 2016년 서울 종로 국회의원 선거는 여론조사가 실제 선거 결과를 크게 빗나간 ‘여론조사 참사’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다만 여론조사 업계에서는 지난 2017년 휴대전화 가상번호(안심번호) 도입 후 유선전화(집전화) 조사가 크게 줄어 적중률이 크게 올랐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절대로 포기하지 말아야” 연일 투표 독려 = 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구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는 요즘 어느 곳 유세를 가든 “투표하면 이긴다”는 말을 빠뜨리지 않는다. 그는 사전투표 첫 날인 지난 27일 인천 계산역 6번출구 앞에서 열린 집중 유세에서도 “여러분, 절대로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며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
송영길(왼쪽)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27일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아라 김포여객터미널 아라마린센터 앞 수변광장에서 열린 김포공항 이전 수도권 서부 대개발 정책협약식에서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에게 마이크를 건네고 있다. [연합] |
이 후보는 “지난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명숙 오세훈이 서울시장을 놓고 겨룰 때, 18%포인트 진다고 맨날 나오지 않았느냐. 그러나 결과는 0.6%포인트 차, 이번 대선보다도 더 적은 격차로 석패했다. 오세훈과 정세균이 (2016년) 종로 선거에서 맞붙었을 때 오세훈이 10%포인트 이긴다고 맨날 여론조사 나왔지만 결론은 정세균 14%포인트 차 압승 아니었느냐”며 “투표하면 이긴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 2010년 서울시장 선거 전 실시된 다수의 여론조사가 오 후보가 여유있게 앞서는 지지율을 가리켰지만, 실제 개표 결과는 오 후보 47.4%, 한 후보 46.8%로 단 0.6%포인트 박빙 승부가 펼쳐진 바 있다. 2016년 종로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여론조사에서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오던 정세균 후보가 52.6% 과반 득표로 39.7%에 그친 오 후보를 압도한 바 있다.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도 마찬가지다. 송 후보는 지난 26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집중 유세에서 “여론조사 안 믿죠?”라며 “여러분, 정말 이게 말이 되냐”고 말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게 두 자릿수 격차로 밀리는 여론조사가 대다수이지만, 결코 이 때문에 투표를 포기해선 안된다는 호소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28일 서울시 성동구 서울숲 군마상 대로변 앞에서 열린 유세를 마친 뒤 지지자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 |
▶2017년 휴대전화 가상번호 도입 후 여론조사 적중률 ‘쑥’ = 반면 여론조사 업계에서는 2010년 지방선거나 2016년 총선과 현재의 여론조사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 2017년 2월 선거법 개정으로 여론조사 업체들이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조사 적중률이 크게 올라갔다는 설명이다.
휴대전화 가상번호(안심번호)란 이용자의 실제 번호 대신 이동통신사에서 임의로 생성한 일회성 번호로, 각 여론조사 기관들은 필요한 지역, 성별, 연령의 휴대전화 가상번호 데이터베이스를 이통사로부터 구매해 조사에 활용한다.
가상번호가 도입되기 전인 2016년 제 20대 총선 여론조사에서는 대부분 조사가 유선전화(집전화) 조사에 의존했고, 이는 보수성향이 우세한 응답자들이 과다 표집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엔 무선전화(휴대전화) 조사를 하고 싶어도 무작위전화걸기(RDD) 방식으로는 표본이 필요한 특정 지역·성별·연령 응답자에게 전화가 닿을 확률이 현저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7년 이후 휴대전화 가상번호 조사가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현재는 유선전화(집전화) 위주의 조사는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헤럴드경제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지난 2020년 제 21대 총선 여론조사를 전수조사한 결과 ‘유선전화 100%’ 방식 조사는 전체 1117건 중 25건(2.2%)에 불과할 정도였다.
즉, 여론조사 적중률이 크게 향상되면서 2010년 한명숙-오세훈, 2016년 정세균-오세훈 대결 같은 ‘여론조사 대참사’가 반복될 가능성은 상당히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인천계양을 국회의원 후보 겸 총괄선대위원장이 26일 오후 인천 부평구 부평역 앞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 |
▶그럼에도 ‘여론조사→실제 선거 결과’ 이어질지는 미지수 = 그럼에도 여론조사가 반드시 실제 선거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단할 수는 없다. 애초에 ‘여론조사는 여론조사일 뿐’이기 때문이다. 최근 쏟아지고 있는 많은 여론조사들이 ‘응답률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는 점도 여론조사의 신뢰도를 낮추는 요소 중 하나다.
특히 대부분 여론조사들에서 보수층이 진보층보다 훨씬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도 민주당은 주시하고 있다. 실제 우리 국민들 중 ‘보수층’, ‘국민의힘 지지층’ 비중이 늘어났을 수도 있지만, 대선 결과에 실망한 ‘진보층’, ‘민주당 지지층’이 여론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진보층이 여론조사에 응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정치 관여 욕구’가 떨어진 것으로, 실제 투표장에 많이 안 나올 것으로 내다보는 전망도 있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은 “작년 초부터 매주 해온 정치 이념 성향 분포 조사를 보면 현재 보수층은 최고조에 있고, 반면 자신을 진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보수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며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 범진보층에서 (대선 패배 후) 투표나 정치 관여 욕구가 현저히 줄어든 상태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badhone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