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단지부터 재건축 추진 속도
“규제 완화 기대…더는 늦출 수 없어”
전용 79㎡도 호가 9억 이상으로 급등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지금이 재건축 적기라는 게 주민들의 공통적인 생각이었어요. 투표 결과도 압도적으로 재건축 찬성이 많았고요. 임대주택 탓에 재건축이 어려운 다른 단지들을 기다리는 것보다는 가능한 단지부터 빨리 사업을 추진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지난 11일 오후, 서울 강북구 번동주공1차에서 만난 주민 A 씨는 재건축 추진위 발대식 참여를 앞두고 “기다릴만큼 기다렸다”는 반응을 보였다. 수년 전부터 재건축 이야기가 나왔지만, 까다로운 규제 탓에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가 최근에서야 규제 완화 기대감을 타고 사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번동주공 중에서도 1단지와 4단지는 분양 단지로 재건축을 미룰 이유가 없다. 임대 단지도 각자 방향으로 리모델링 등을 추진한다고 하니 1단지 주민들도 속도를 내자는 데 동의했다”라며 “재건축 얘기가 시들해지며 집을 내놓은 주민들도 최근에 다시 매물을 거둬들인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 강북권의 대표적 소형 아파트 단지인 번동주공이 재건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분양 단지인 1단지가 지난 11일 재건축 조합 추진위를 출범시켰고, 인근 4단지 역시 높은 주민동의율을 바탕으로 재건축 논의에 나섰다. 지지부진했던 재건축 논의가 다시 시작되며 최근에는 대형 평수가 9억원대에 거래되는 등 시장도 반응하는 모양새다.
추진위 관계자는 “당장 다음달 예비안전진단을 신청하고 오는 12월에는 정밀안전진단, 내년 하반기에는 정비구역 신청에 나설 계획”이라며 “최근 입주민 의견 수렴에서도 80%가 넘는 찬성 의견이 모였다. 재건축 규제 완화가 기대되는 상황에서 다른 단지 상황을 보기보다는 우리끼리 빨리 해보자는 의견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번동주공1단지는 강북 지역 내에서도 ‘6억원 이하 소형 아파트’로 유명했다. 사실상 ‘인서울 마지노선’으로 불리며 거래가 활발했는데, 지난달 전용 41.31㎡가 5억9900만원에 거래되며 다시 거래에 불이 붙은 상황이다. 지난해 4월 같은 크기가 4억6000만원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30% 이상 가격이 급등한 셈이다.
번동의 한 공인 대표는 “재건축 소식에 최근 젊은 매수자들이 ‘더 늦으면 서울 안에 집을 못 사게 될 수 있다’라며 문의를 해오고 있다”라며 “그나마도 최근에는 호가가 크게 올라 같은 평형의 매물이 6억3000만원에서 6억5000만원 사이에 형성된 상황이다. 6억원 이하 인서울 아파트는 이제 옛말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재건축을 앞두고 비교적 큰 평형 매물의 시세도 크게 올랐다. 전용 79㎡의 경우, 최근 집주인들이 일제히 호가를 올리면서 시세가 9억원을 넘었다. 번동의 다른 공인 대표는 “전용 79㎡는 대지지분이 62.57㎡에 달해 재건축이 이뤄지면 수익이 클 것이라는 예상이 나와 호가가 최근 크게 올랐다”라며 “일단 매물이 많이 거둬들여져 거의 없는데 그나마도 9억5000만원대에 형성됐다”고 말했다.